여성축구의 축구계 임금 및 상금 평등 주장은 지속돼 왔다. 지난해 열린 여자 월드컵에서도 남자 월드컵과의 상금 불평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총상금을 전 대회 3배 수준인 1억1000만 달러로 대폭 확충했음에도 남자 월드컵의 4억4000만 달러보다 적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다. 실력과 상품성에서 현격한 격차를 보이고 있음에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하다 조롱을 받은 여자 축구계가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선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
 
굳이 멀리가지 않아도 적잖은 축구팬이 이 같은 주장에 조소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온라인상에선 여자축구 프로 선수로 이뤄진 팀이 남자 중학생들에게 참담한 패배를 당하는 광경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끊이지 않고 퍼 옮겨지는 이런 류의 게시물이 여성 스포츠의 존재가치가 오로지 더 뛰어난 실력에만 있는 것이란 인식을 퍼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더 뛰어난 것이 더 위대하다는 인식은 옳은 것일까.
 
브라질의 골때녀들 스틸컷

▲ 브라질의 골때녀들 스틸컷 ⓒ JIFF

 
여성인권, 스포츠로 다가선 전주영화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는 그 어느 때보다 여성문제에 주목했다. 근 십 수 년 간 예술계가 여성주의를 주제로 한 작품을 우대해온 걸 감안하더라도 올해는 그와 같은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여성축구를 주제로 한 작품이 무려 세 작품이나 되었고, 여성스포츠로 시야를 확장하면 그보다 많은 작품이 초청돼 관객과 만났다. 남성 스포츠 관련 영화를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단 점을 감안하면 확연히 두드러진 경향성이라 해도 좋겠다.
 
월드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브라질의 골때녀들>도 그와 같은 작품이다. 미국과 한국 등 몇몇 국가에 한정돼 작품을 소비하는 경향을 타개하고 세계 각국에서 제작된 다채로운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이 바로 월드시네마다. 이중 브라질 작품으로 소개된 영화가 아드리아나 야네즈의 다큐멘터리 <브라질의 골때녀들>이 되겠다.

근 몇 년 간 논란이 되었던 여자축구, 특별히 브라질 여자축구의 개척자들을 찾아 나선 감독은 마침내 스포츠와 여성주의적 저항, 나아가 우정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여자축구가 여성주의와 자주 맞물리는 데는 특별한 연유가 있다. 축구는 다른 스포츠보다 집요하게 여성에게 금지돼 온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최초의 여자 월드컵은 1971년에야 있었다. 공장 등 집단노동 현장에서 대중화되기 시작한 축구가 20세기 초반 여성들의 공장 진출이 활발해진 뒤 여성에게도 인기를 끈 건 자연스런 일이다. 1920년까지만 하더라도 여자축구는 종주국인 영국에서 프로팀 결성까지 논의될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브라질의 골때녀들 스틸컷

▲ 브라질의 골때녀들 스틸컷 ⓒ JIFF

 
법으로 여성 참여 금지했던 참담한 과거
 
그러나 1921년 영국 축구협회는 여자축구를 금지했다. 협회원, 즉 남자축구 구단들의 금지요구가 빗발쳤던 게 이유다. 점차 최고 인기 스포츠로 떠오르고 있던 축구가 오롯이 남성의 것이어야 한다는 비좁은 판단으로 여자축구 금지령은 영국에서부터 독일과 브라질 등 해외로 퍼져나갔다. 그렇게 여자축구는 오랫동안 금지돼왔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은 1941년 법으로 여자축구를 금지했다. '모성을 해치는 폭력적인 운동'이라는 게 금지의 이유였다. 당대 브라질 프로축구의 풍토가 유럽 등에 비해 상당히 거칠고 폭력적인 부분이 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축구의 본질이라 볼 수 없을뿐더러, 모성을 해치는지도 확인된 바 없었다. 관련 연구 또한 전무한 건 물론이다. 그럼에도 법은 제정됐고 시행됐다.
 
이전까지 최소 15개 이상의 여자 축구팀이 있었다는 사실은 고려되지 않았다. 여자에게 축구는 금지됐고 국기로 떠오른 스포츠를 하고팠던 여성들은 골목과 모래밭에서 아마추어 선수로만 공을 찼다. 유럽이 여자축구를 공인하고도 십 수 년이 더 흐른 1988년이 되어서야 브라질은 여자 국가대표팀을 창설한다. 피파는 그로부터 3년이 더 흐른 1991년 첫 여자 월드컵을 공인한다.

여성 인권에 관심이 큰 아드리아나 야네즈가 당시 대표팀 선수들을 찾아 카메라를 들이민 건 그래서 자연스런 일이다. <브라질의 골때녀들>이 탄생한 배경이 이와 같다.
 
브라질의 골때녀들 스틸컷

▲ 브라질의 골때녀들 스틸컷 ⓒ JIFF

 
60대가 되어 만난 왕년의 국가대표들
 
어느덧 60대가 된 이들의 현재는 그야말로 다채롭다. 빈민가에서 겨우 삶을 유지하는 이가 있고, 중산층으로 살아가는 이도 있다. 이들 중 누구도 프로축구나 협회임직원 등 축구와 관련한 전문적인 업을 갖고 있진 못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함께 모여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한다. 꾸준히 만나 서로를 북돋아온 세월이 이미 수십 년이다. 탄압이 도리어 저들을 뜨겁게 한다는 듯 보통의 우정을 넘어서는 열정과 이해가 눈물겹다.
 
이들은 갓 여자축구가 허용된 시절의 이야기를 하나둘씩 회상한다. 조롱과 모욕, 열악하기 짝이 없던 협회의 지원, 이를 딛고 중국에서 열린 1991년 월드컵에서 활약한 이야기 등이 추억과 버무려져 이야기된다. 갓 스물이 넘은 어린 여성들이 조국을 대표해 멀리 나아가 싸운 이야기가 수십 년을 가로질러 생생하게 소환된다. 모든 어려움이 알알이 이들이 팀으로 뭉치도록 돕는다.
 
그리하여 이들은 2023년에도 함께 자리하여 브라질이 상대를 격파하고 나아가는 모습에 환호한다. 첫 경기 브라질이 세르비아를 맞아 히샬리송의 두 골로 승리를 거둘 때 이들은 함께 어느 건물 옥상에 모여 먹고 마신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자 "한국이든 일본이든 다 박살내주겠어"라고 소리친다. 그 열정은 30여 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첫 월드컵에 나선 시절과 얼마 다르지 않다.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 JIFF

 
사실에 대한 선택적 조명과 외면... 이제는 넘어서야
 
물론 아쉬운 점도 여럿이다. 다큐멘터리가 보여선 안 될 태도, 중립성을 잃어버린 채 은근한 편파적 태도를 보이고 있단 점이 대표적이다. 이는 특히 차기 월드컵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한 이들이 제가 탈락한 이유를 보수적인 협회와 남성 지도자의 탓으로 몰아가는 대목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극중 인물들은 협회의 행정에 제 목소리를 드러낸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탈락했다거나 감독에게 월드컵 경험을 나쁘게 표현한 선수가 다음부터 호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과연 그러했을까.
 
영화는 월드컵에서 이들의 모습을 얼마 담지 않는다. 남미에선 압도적인 성적으로 본선에 진출했으나, 본선에선 최약체로 평가된 일본을 겨우 이겼을 뿐 미국과 스웨덴에게 졸전 끝에 대패하고 탈락했기 때문이리라. 일본에게 넣은 1골이 유일한 골이었고, 두 경기에서 무려 7골이나 먹었다. 브라질의 아성에 어울리지 않는 무력한 대회였고 참담한 결과였다.
 
주전 공격수로 '리틀 펠레'라 불린 마릴자는 대회 당시 몰래 마약인 코카인까지 하였단 걸 털어놓지만, 이것이 흔한 일이었다며 자기변명으로 일관한다. 그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이 다음 대회에서 대표팀에 탈락한 것을 감독이 남성인 탓이라고 비난한다.

영화는 그녀에게 우호적인 시각으로 일관하고 반론은 전혀 담아내지 않는다. 영화 내내 협회며 남성 지도자 및 언론인의 시선은 담기지 않는다. 초라한 성적을 외면한 건 차라리 자연스럽다. 다큐멘터리, 특히 비슷한 잘못을 종종 저질러왔던 여성주의 영화에서 또 한 번 이 같은 편향을 마주했단 사실이 몹시 안타깝다.

그럼에도 <브라질의 골때녀들>은 여성 스포츠의 인권향상이 수시로 마주하는 조롱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도, 독일도, 브라질도, 스포츠를 통한 인류의 단합을 외친 피파마저도 여자축구를 공인하지 않은 세월이 길었다. 스포츠가 여성성을 타락시킨다며 법률로 금지한 경우까지 있었다. 그 시대 남성들의 결정은 얼마나 참담하고 비루한가. 책임 있는 자들이 마땅히 나서 사과해야 할 일이 아닌가 말이다.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얼룩소(https://alook.so/users/LZt0JM)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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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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