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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입니다. 그만큼 각종 정보가 넘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유명한 관광지를 이미 방문했다면 이번엔 '도쿄 말고, 근교'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이 연재에서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도쿄 도내와 도쿄 근교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색다른 일본 여행지를 찾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기자말]
일본 절에서의 선 명상 체험

시즈오카현의 하마마쓰(浜松)는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도시다. 지난 겨울, 나는 하마마쓰의 호코지(方広寺)라는 절에서 일일 선 체험을 했다. 호코지는 오쿠야마라는 산에 있는 임제종 본산의 사찰이다. 오래된 삼나무에 아늑하게 둘러싸여 있는 아주 큰 절이었다.
 
임제종 본산의 큰 사찰이다
▲ 하마마쓰 오쿠야마에 있는 호코지  임제종 본산의 큰 사찰이다
ⓒ 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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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선은 사사키 스님의 지도로 했다. 우선 좌선을 하는 이유에 대해 배웠다. 일본에서는 마음을 가다듬는다는 것을 "마음을 정돈한다(心を整える)"라고 표현한다. 좌선은 여러 욕망으로 흐트러진 마음을 정돈하는 수행인 것이다. 그 후에 올바르게 앉는 방법을 배웠다. 마음은 몸의 영향을 받고, 호흡은 마음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결가부좌나 반가부좌로 앉은 후 척추를 곧게 펴고 턱을 당긴다.

한국 절에서 체험한 좌선과 다른 것은 수인을 맺는 방법이었다. 한국에서는 오른손 위에 왼손을 올리고 양 엄지손가락 끝을 서로 살짝 닿게 하는 수인을 맺었는데, 이곳에서는 왼손 엄지를 오른쪽 주먹으로 감싸고 그 주먹을 다시 왼손바닥으로 감싸는 처음 보는 형태의 수인을 맺었다. 수인은 종파마다 다르다고 했다.

좌선 중 마음이나 몸이 흐트러졌을 때는 합장을 하며 가르침을 청한다. 그럼 나무 막대기인 경책(警策)를 든 스님이 나타난다. 가르침을 받겠다는 의미로 팔을 교차해 어깨를 감싸고 몸을 숙이자 등 위로 천천히 나무 막대기가 두 번  떨어졌다. 그럼 감사하다는 의미로 다시 합장을 한다. 솔직히 생각보다 아팠다.
 
초심자용으로 가벼운 것을 들고 왔다는 농담을 하셨다.
▲ 경책(警策)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사사키 스님 초심자용으로 가벼운 것을 들고 왔다는 농담을 하셨다.
ⓒ 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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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중 경책으로 등을 맞는 것은 집중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 경책으로 맞는 장면 시범  참선중 경책으로 등을 맞는 것은 집중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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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절이 아니라 일본의 절에서 좌선을 해본 건 처음이었다. 나무에 둘러싸인 목조 건물이 주는 공간의 느낌이 아늑해서 생각보다 쉽게 집중할 수 있었다. 다다미 냄새가 코 끝에 간질간질하게 맴돌았다.

시계 하나 없는 공간에서 어떻게 시간을 재나 싶은데, 보통 향 하나가 다 타는 시간이 20분이어서 그 향으로 시간을 정한다고 한다. 바깥에서 새소리가 몇 번 났다고 느꼈는데, 어느새 좌선이 끝났다. 생각보다 시간이 금방 지나간 것 같았다.  

일본 절에서 나온 장어 덮밥

좌선을 마치고 식당으로 향했다. 체험 프로그램에 정진 요리(精進料理)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정진 요리는 불교의 계율에 따라 고기나 생선을 사용하지 않고 제철 채소나 나물을 사용하는 일본의 사찰요리다. 이날 사찰 안내를 도와주신 스즈키 스님이 한국어로 된 오관 게송을 준비해 주셔서 함께 독송했다.

그리고 경건한 마음으로 찬합 뚜껑을 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일본의 장어 덮밥인 우나쥬가 나왔다. 이 지역에는 하마나코라는 큰 호수가 있는데 이곳에서 잡히는 일본 장어인 우나기가 유명하다. 일본에서 최초로 장어 양식을 시작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마마쓰에 온 사람들은 반드시 우나기 요리를 먹곤 한다. 그렇다고 절에서 장어요리라니? 
 
겉으로만 봐서는 장어 요리와 구분이 안간다.
▲ 일본 절에서 나온 쇼진 장어 요리 겉으로만 봐서는 장어 요리와 구분이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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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혼란스러웠지만, 다행히 진짜 장어가 아니었다. 정진 요리를 위해 만든 가짜 우나기인 쇼진 우나기(精進うなぎ)였다. 두부와 연근, 참마 등을 이용해 장어의 살을 만들고, 김을 이용해 껍질을 표현했다고 한다.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는 게, 보기에는 진짜 장어 요리처럼 생겼다. 비리지 않고 담백한 맛에 식감도 보들보들한데다, 단짠단짠인 장어요리 소스와도 잘 어울렸다. 불교에서는 식사도 수행의 방법이다.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이 나온 덕분에, 지금 이 순간의 감각에 집중하며 감사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하마마쓰의 출세성과 여성 다이묘

하마마쓰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인연이 깊다. 이 지역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전국통일을 이루기 전 29세부터 45세가 되기까지 청장년기를 보냈던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1570년 그가 축조한 하마마쓰성(浜松城)이 있다. 훗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전국통일을 이루었고, 또 이 성의 영주들도 잇달아 막부 요직에 등용되었기에 이 성은 출세성(出世城)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하마마쓰는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 자동차와 혼다 스즈키, 악기 제조사인 야마하가 태어난 지역기도 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전국통일 전 17년을 보낸 곳으로, 출세성이라고 불린다.
▲ 하마마쓰성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전국통일 전 17년을 보낸 곳으로, 출세성이라고 불린다.
ⓒ 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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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마쓰에는 앞서 소개한 호코지 외에도 유명한 절이 있다. 바로 13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료탄지(龍潭寺)라는 절이다. 료탄지는 16세기 작정가인 고보리 엔슈가 만든 정원으로 유명하다. 정원의 가장 가운데는 삼불을 표현한 돌이 있고 좌우에는 인왕상을 표현한 돌이 있다.

정면에서 삼불을 보고 예배할 수 있도록 예배석이 있다. 정원의 왼쪽은 비어있고, 오른쪽은 상대적으로 빽빽한 느낌이 있는데, 오른쪽에서 바라본 원근감을 고려한 배치라고 한다. 연못의 형태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음 심(心)자 형태로 되어있다. 불국토를 형상화한듯 아름다운 정원이다. 툇마루에 앉아 가만히 정원을 바라보며 차분한 시간을 보낼 수있다. 
 
16세기 다이묘이자 작정가인 고보리 엔슈가 만들었다
▲ 료탄지의 정원 16세기 다이묘이자 작정가인 고보리 엔슈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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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절에는 전국시대 여성 다이묘였다는 이이 나오토라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 훗날,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개국공신이 되는 이이 나오마사의 양어머니다. 전해지기는 이이 가문에 아들이 없어 나오토라는 데릴 사위를 조건으로 사촌과 약혼했다.

그러나 연이은 모반에 약혼자의 생사가 불분명해지자 그녀는 이 절로 출가했다. 11년 후 그 사촌이 살아 돌아왔지만 나오토라는 이미 출가한 후여서, 그는 다른 여성과 결혼해 아들 나오마사를 낳았다. 하지만 어린 아들을 남기고 곧 죽어버렸기에 출가했던 나오토라가 환속해 여성 다이묘가 되어 가문을 이끌었다는 이야기다.

나중에 양아들인 이이 나오마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발탁되어 에도 막부의 개국공신이 되고, 히코네 번 초대 번주가 된다. 이 이야기는 2017년 NHK 대하 드라마인 <여자 성주 나오토라>로 방영되기도 했다.

결국 인생은 감사함으로 이어져 있다

하마마쓰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스즈키 스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하마마쓰에 가기 전날, 도쿄에서는 진도 4.8의 지진이 있었다. 옛날 가옥을 개조한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는데, 오래된 나무 건물이어서 그런지 건물이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다행히 단발성 지진이었긴 했지만, 몹시 놀랐다. 내 이야기를 들은 그는 건물이 단숨에 와르르 무너지는 것보다 차라리 좌우로 흔들리는 편이 안전하다고 했다.

"인생 같은 거지. 버티고 있으면 오히려 무너지니까, 차라리 어느 정도 흔들리는 게 나은 거야."

무너지지 않기 위해 힘을 주고 버티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충격을 가져온다는 거였다. 주춧돌 위에 나무기둥을 세운 옛 가옥들이 오래 버티듯이, 인생에서도 적당히 흔들리는 것이 무너짐을 예방하는 비법이라고 했다. 

"그래도 큰 지진이 오면 무너질 수 밖에 없잖아요?" 
"그때는 그 순간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돼."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여기서는 지진에 대비해 머리맡에 신발이랑 호루라기를 두고 잠을 자라고 해. 진짜 큰 지진이 일어나면 깨진 유리나 건물 잔해 때문에 맨발로는 대피할 수 없거든. 그리고 호루라기는 도움을 청할 때 필요하고. 무너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정도의 일이니까, 그런 걸 대비해 두는 거지."
  
우리는 지난 3~4년 동안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인 재난도 있었고, 각자 개인적인 삶의 고난도 있었다. 재난은 사람들의 DNA를 훼손시킨다. 한번 붕괴를 경험한 사람들은 다른 고난을 걱정하며, 개방성을 잃고 눈앞의 행복에만 집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과거에 대한 향수나 미래에 대한 예측이 의미 없다고 가르친다. 모든 것은 어차피 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변하기 때문에 인생이 무상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당연하다(当たり前)'의 반대말은 '감사하다(有り難う)'이듯이, 지금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모든 것은 달라지는 거야."
 
“'당연하다(?たり前)’의 반대말은 ‘감사하다(有り難う)’이듯이, 지금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모든 것은 달라지는 거야.”
▲ 호코지의 불상  “'당연하다(?たり前)’의 반대말은 ‘감사하다(有り難う)’이듯이, 지금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모든 것은 달라지는 거야.”
ⓒ 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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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로 '감사합니다'는 '아리가토 고자이마스(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다. 보통은 히라가나로 쓰지만, 한자로 쓰면 있을 유(有)에, 어려울 난(難)을 써서 '아리가토우(有り難う)'가 된다. 직역하면 '있기 어려울 정도로 드문 일이다'라는 뜻이다.

이는 법구경의 '인간으로 태어나기란 어렵고, 수명을 받기도 어렵다. 삶에서 부처님을 만나기도 어렵고 진실한 법을 듣기도 어려운 일이다(得生人道難 生壽亦難得 世間有佛難 佛法難得聞)'라는 구절에서 왔다고 한다.

때문에 삶의 모든 순간을 경이롭게 대하는 자세가 바로 '감사하다(有り難う)'이고, 그 반대는 재미도 기쁨도 감동도 없는 '당연하다(当たり前)'가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실 인생은 감사함으로 이어져 있다. 늘 변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이 기적임을 깨닫기만 한다면 말이다.
 
 지금 이 순간 '?今只今(そっこんただいま)'을 마음으로 적었다고 한다.
▲ "지금 (?今)" 이라는 글씨를 보여주는 스즈키 스님   지금 이 순간 '?今只今(そっこんただいま)'을 마음으로 적었다고 한다.
ⓒ 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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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때 스즈키 스님은 '지금 (即今)'이라고 적힌 그의 서예 작품을 건네줬다. 그날 우리가 나눈 이야기는 주로 지진과 팬데믹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한편으론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버티지 말고 그냥 흔들릴 것.
만약, 무너진다면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
그리고 모든 순간에 감사할 것.


▶여행정보

- 호코지 일일 선체험 (日帰り禅体験 奥山方広寺)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일본의 사찰 체험 프로그램이다. 스님과 함께 하는 좌선과 정진 요리를 체험 해볼 수 있다. 소요시간은 약 3시간이며, 2인 이상 신청할 수 있다. 인당 11,000엔. 사찰 배관료는 성인 500엔. 어린이 200엔. 
【주소】 静岡県浜松市浜名区引佐町奥山1577-1
【전화 번호】 053-543-0003
【가는 법】 하마마쓰역에서 호코지까지 오쿠야마(奥山)행 45번 버스 탑승. 약 1시간 30분 소요.
【홈페이지】 https://www.houkouji.or.jp

- 료탄지 (龍潭寺)
전국 시대 여성 다이묘였던 이이 나오토라가 출가했던 절로, 막부의 개국공신 이이 나오마사와도 연고가 있다. 국가정원명승지로 지정된 고보리 엔슈의 정원을 관람할 수 있다. 배관료는 성인 500엔. 어린이 200엔.
【주소】 静岡県浜松市浜名区引佐町井伊谷1989
【전화 번호】 053-542-0480
【가는 법】 JR 하마마쓰역에서 료탄지까지 오쿠야마(奥山)행 45번 버스 탑승. 약 1시간 소요.
【홈페이지】 https://www.ryotanji.com/

- 하마마쓰 성 (浜松城)
1570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세운 성으로 그가 17년간 살았던 곳이다. 성 바로 앞에는 전투에서 패배한 그가 갑주를 걸었다는 소나무가 남아 있다. 이곳을 거쳐간 이는 출세를 한다고 해서 출세성이라 불리며, 취업이나 승진을 앞두고 좋은 기운을 받고자 하는 이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입장료 어른 200엔. 중학생 이하 무료.
【주소】 静岡県浜松市中区元城町100-2
【전화 번호】 053-453-3872
【가는 법】 JR 하마마쓰역 북쪽 출구에서 걸어서 15분. 하마마쓰 역에서 버스 탑승 후 '시청남쪽(市役所南)'에서 하차(8번. 30번. 40번. 46번 등)
【홈페이지】 https://www.entetsuassist-dms.com/hamamatsu-jyo/
  
-우나기 후지타 하마마쓰 역점 (うなぎ藤田 浜松駅前店)
1892년에 창업한 노포 하마마코 우나기 전문점. 관동식으로 장어를 찐 다음 소스를 발라 구워 낸다. 하마마쓰역에서 차로 20분 거리에도 본점이 있지만, 역 바로 앞에도 있다. 우나기 오차즈케 4,840엔, 우나쥬 5,280엔.
【주소】 静岡県浜松市中央区砂山町322-7ホテルソリッソ浜松2階
【전화 번호】 053-452-3232
【가는 법】 JR 하마마쓰 역 남쪽 출구에서 걸어서 1분.
【홈페이지】 http://www.unagifujita.com/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도쿄말고근교, #하마마쓰, #도쿄여행, #명상, #하마마츠
댓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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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 여행작가. 저서 <당신에게 실크로드>, <남자찾아 산티아고>, 사진집 <다큐멘터리 新 실크로드 Ⅰ,Ⅱ> "달라도 괜찮아요. 서로의 마음만 이해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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