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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리대교에서 바라본 세종보
 한두리대교에서 바라본 세종보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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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농성장에 가야 할 상황이 생겨 한두리대교를 따라 금강을 바라보며 농성장으로 향했다. 한두리대교에서 바라본 금강은 그야말로 비단강이었다. 하중도와 그 사이를 자유롭게 흐르는 물길, 반짝이는 윤슬이 '내가 강이다' 하고 외치는 듯 했다. 

환경부는 '4대강 보의 정상가동'을 주장하지만, 세종보 보수공사를 위해 우안에 위치한 수력발전소 쪽으로 물길이 흐르도록 인위적으로 파헤친 것만이 비정상적으로 보였다. 강의 흐름을 왜곡한 것이다. 게다가 세종보 담수를 시작한다면 그건 호수이지 강이 아니다. 환경을 보존해야 할 환경부는 세종보의 정상가동을 통해 '비정상적인 강'을 만들려는 게 틀림없다.

흐르는 강변에 목탁소리가 울려퍼졌다. 소리의 파장이 강의 흐름과 어우러지니 마치 마음 속으로 금강이 흘러드는 듯 했다. 금강을 사랑하는 불교신자들이 하나 둘씩 천막농성장을 찾은 것은 지난 8일이었다.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생명살림을 위한 기도회

불교환경연대와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가 함께 주최해 세종보 천막농성장 앞 금강변에서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생명살림을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 이날 기도회는 법일 스님이 주관하고 유연스님과 덕인스님이 함께했다. 뭇생명에 대한 불살생의 계율을 따르는 불교계가 세종보 담수 중단을 외치며 나선 이 자리에는 50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기도회의 첫 순서는 4대강사업으로 죽어간 생명들을 위한 천도재였다. 한두리대교 교각 밑에서 불교경전인 '반야심경'을 봉독했다. 법일 스님은 "사람만이 절대적 가치를 지닌다는 편견은 사람이 아닌 것과의 차별을 낳는다"면서 "나와 남을 구별짓지 말라, 모든 생명은 하나라는 게 금강경의 가르침"이라고 법문했다.

청아한 목탁소리와 짙게 피어오른 물안개. 금강 아래 엎드려 있던, 떠나지 못했던 생명들이 이제야 승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종소리와 목탁, 염불 소리는 4대강사업으로 죽어간 생명들을 축원하고, 보가 재가동되면 이곳에서 사라져갈 뭇생명들의 외침과 다를 바 없었다. 스님들과 함께 금강변을 한 바퀴 걸었다. 이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강물에 비춰졌다. 거세게 흐르는 강물 앞에 일렬로 선 채 합장하는 이들은 어떤 소망을 빌었을까. 
 
기도회를 진행하는 모습
 기도회를 진행하는 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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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회 중인 모습
 기도회 중인 모습
ⓒ 서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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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물이 철거된 자리... 다시 돌아온 습지와 백로들

한두리대교에서 내려다보면 예전에 운영되던 마리나 선착장 자리를 볼 수 있다. 세종보 상류에 인위적으로 조성했던 마리나 선착장은 이젠 작은 습지가 돼 있었다. 물이 가둬진 6년간 펄이 쌓여 운영을 제대로 못하던 시설물을 그대로 두자, 다시 자연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그곳에서 중대백로 한 마리가 먹이를 찾는 데 여념이 없었다. 

사실 그곳은 원래 금강의 자리였고, 인공 시설물이 아닌 백로가 놀 던 자리였을 것이다. 수문이 열리면서 일어난 금강의 변화는 놀랍다. 흐른다는 건 변한다는 것이고, 그 변화가 살아 있는 강의 생명을 품어내고 있는 것이다. 

천막농성장 주변의 물웅덩이를 가만히 쳐다본다. 물이 차면 큰 물길 속으로 헤엄쳐 들어갈 치어들이 떼를 지어 놀고 있다. 호시탐탐 노리는 천적들에게 잡히지 않기 위한 생존방법은 '떼를 짓는 것'이다. 대부분은 성체가 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자연의 이치이며 생태계 균형이 유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생명들도 스스로 균형을 맞추며 살아간다. 자연의 섭리다. 농성장을 지지방문한 이들은 대부분 이런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곳에 기어코 보를 세워 썩은 강을 만들려는 정부 관계자들은 어떤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일까. 강을 틀어막겠다는 '강틀막 정권'의 오만과 광기가 금강을 망치고 있다.

환경부와 세종시 수자원공사의 계고장 시한인 10일이 임박했다. 흐르는 강물이 시시각각 변하듯이 우리에게 닥칠 일을 완전히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비정상적인 강의 정상화를 위해 끝까지 농성장을 사수할 결심이다. 살아있는 강의 증인인 우리는 '입틀막'에 이어 '강틀막'을 획책하고 있는 오만한 정권에 맨몸으로 맞서려고 한다.   

우리는 '비정상적인 강'을 거부한다. 
 
습지를 찾은 백로
 습지를 찾은 백로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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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 #세종보, #천막농성장, #금강, #강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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