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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해평습지(고아습지)에 큰금계국이 꽃을 다 떨군 채 마치 사막에 핀 풀과 같이 자라 있다.
 다시 찾은 해평습지(고아습지)에 큰금계국이 꽃을 다 떨군 채 마치 사막에 핀 풀과 같이 자라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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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낙동강 해평습지를 다시 찾았다. 지난 주말에 본 표범장지뱀들이 눈에 어른거려 다시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관련기사: '100개의 눈을 가진 모래 속 은둔자', 낙동강서 대거 출몰).

오후 3시경에 다다른 해평습지(습지가 고아면 쪽으로 치우쳐 있어서 '고아습지'라고도 하고 그 일대에 강정나루터가 있어서 '강정습지'라고도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해평습지로 명명한다)에는 태양이 작열하고 있었다. 그 화려했던 큰금계국들은 꽃잎을 다 떨구어버려 거대한 꽃밭은 마치 사막의 풀밭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거친 자갈밭에 촘촘히 혹은 듬성듬성 자리 잡은 꽃잎을 다 떨군 큰금계국들은 낯설고 쓸쓸한 이국적 풍경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미동도 않고 서 있는 표범장지뱀.
 미동도 않고 서 있는 표범장지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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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10여 개체의 표범장지뱀을 만날 수 있었다.
 이날도 10여 개체의 표범장지뱀을 만날 수 있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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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곳에서 재빠르게 움직이는 생명들이 포착된다. 바로 표범장지뱀. 이날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1시간여 만에 표범장지뱀 10여 마리를 만난 것이다. 너무 반가웠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는데 저 멀리서 낯선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습지에 난 시멘트 포장길을 경계로 녹색 망이 길게 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 뭔가가 못 넘어오도록 길게 망을 쳐둔 것인데, 직감적으로 표범장지뱀과 관계가 있음을 알았다.
 
높이 쳐둔 녹색 망. 표범장지뱀의 포획과 이주를 위해 쳐둔 그물이다.
 높이 쳐둔 녹색 망. 표범장지뱀의 포획과 이주를 위해 쳐둔 그물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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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서 구미시에 연락해 확인해 보니 구미시 환경정책과가 벌이는 '낙동강 도시생태축 복원사업'이란다. 환경영향평가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한 이 사업의 목적은 "경북 도내 유일한 철새도래지, 국제적으로 중요한 중간기착지인 강정습지에 철새의 안전한 서식환경(휴식처, 먹이터)을 조성"하고 "이들의 서식지를 복원·개선하여 국가생물자원을 확보하고, 지역의 대표적인 생태문화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철새도래지 등 우수한 자연자원을 보전하면서 현명한 이용을 위해 부족한 생태체험, 학습, 휴식 공간 등의 생태기반시설을 조성하여 지역민들에게 생태계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생태 인프라 확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사업 부지임을 알리는 큰 깃발도 설치해뒀다.
 사업 부지임을 알리는 큰 깃발도 설치해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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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보자면 이곳을 중간기착지로 활용해 겨울마다 찾아오는 흑두루미와 재두루미를 다시 찾아오게 하기 위해 해평습지 둔치의 상당한 면적을 절토해 모래톱을 만들고 그 앞으로 물길을 내어 흑두루미와 재두루미가 안정적으로 모래톱에 내려앉아 쉬었다가 갈 수 있도록 하려고 이 사업을 벌인다는 것이다.

흑두루미냐 표범장지뱀이냐?

흑두루미와 재두루미에게는 반가운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 사는 표범장지뱀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흑두루미나 재두루미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환경부 보호를 받는 생물이지만 표범장지뱀도 멸종위기 2급 야생생물이다.

비록 4대강사업을 하면서 준설토를 쌓아 형성된 땅일망정 그 땅이 이미 안정되어 멸종위기종 표범장지뱀이 살고 있는데 흑두루미를 위해 이곳 50만제곱미터 이상의 상당한 면적을 절토해 모래톱을 넓혀주겠다는 것이다. 
 
낙동강 감천 합수부 삼각주 모래톱을 찾은 흑두루미
 낙동강 감천 합수부 삼각주 모래톱을 찾은 흑두루미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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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해평습지의 표범장지뱀
 낙동강 해평습지의 표범장지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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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에는 단서 조항이 있다.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의 세부 협의의견을 보면 "사업지구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법정보호종 표범장지뱀에 대한 저감 방안으로 공사 전 정밀조사를 통한 이주계획 수립을 제시한 바 아래 사항을 면밀하게 검토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즉 "외부 개체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양서파충류 울타리를 설치하고 사업부지의 구획화 및 단계별 공사를 통해 부지 내 서식하는 표범장지뱀을 최대한 포획·이주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실태 파악부터 하고 신중히 협의해야"

필자가 확인한 녹색 망은 예상대로 표범장지뱀의 포획과 이주를 위해 쳐둔 것이었다. 12일 구미시 환경정책과 담당 주무관은 "지난주부터 포획에 들어간 초기 단계로 현재까지 대략 50개체 정도 포획했고, 앞으로 한 달 이상 포획해 이주시킨 후에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것"이라 확인해 주었다.
 
저 넓은 면적의 땅을 복원한다고 한다. 50만 제곱미터가 넘는다. 엄청난 수의 표범장지뱀이 이주해야 하는 것이다.
 저 넓은 면적의 땅을 복원한다고 한다. 50만 제곱미터가 넘는다. 엄청난 수의 표범장지뱀이 이주해야 하는 것이다.
ⓒ 대구지방환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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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장지뱀의 집. 이런 집이 군데군데 보인다. 이들은 가족 단위로 각각 집을 짓고 사는 것으로 보인다.
 표범장지뱀의 집. 이런 집이 군데군데 보인다. 이들은 가족 단위로 각각 집을 짓고 사는 것으로 보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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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찾고 있는 재두루미야 그렇다 쳐도 이렇게 한다고 해서 2020년부터 전혀 오지 않는 수천 개체에 이르는, 이곳의 상징인, 흑두루미가 다시 찾을까? 표범장지뱀도 집단 이주당한 곳에 기존 개체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을 텐데 과도한 서식처 경쟁을 벌여야 하지 않은지 면밀한 생태조사가 필요하다. 또 절토한 흙을 습지 안에 되쌓을(마운딩) 곳에서도 표범장지뱀을 집단 이주시켜야 한다.

이런 점을 봤을 때 구미시와 대구지방환경청의 선택이 올바른지 의문이 든다. 흑두루미를 위해 수많은 개체의 표범장지뱀을 집단 이주시키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일까?

전문가들은 신중한 선택을 주문한다. 즉, 실태 파악부터 하고 충분한 협의를 거친 다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식물생태보감>의 저자인 생태학자 김종원 전 계명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남한강과 청미천이 만나는 지점에 도리섬 삼각주가 발달하는데, 이 도리섬에서 청미천 쪽으로 표범장지범의 대표적인 서식처다. 이런 곳에서 큰금계국이 부분적으로 우점하고, 황무지 같지만 자연적인 거친 삼각주에 그런 희귀 야생생물이 산다. 심지어 단양쑥부쟁이도 그런 곳에 산다.

이곳 해평습지 또한 마찬가지로 보인다. 그러니 구미시가 일방적으로 흑두루미만을 위한 복원사업을 할 것이 아니라 관련 전문가들 즉, 생태학자와 종 관련 전문가와 환경단체 실무자, 환경부(대구지방환경청)와 구미시가 함께 대화 테이블을 마련한 다음 깊은 논의를 거친 다음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지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공사를 진행해서는 안된다."
 
곳곳에 쳐둔 표범장지뱀 포획망.
 곳곳에 쳐둔 표범장지뱀 포획망.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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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장지뱀 한 마리가 포획망 앞에 숨어들었다.
 표범장지뱀 한 마리가 포획망 앞에 숨어들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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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인 한상훈 박사 또한 시간을 두고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토종식물이 자랄 수 없는 척박한 땅이 외래 식물이지만 큰금계국의 집단생육지가 되고 곤충들이 모여 살 수 있게 되면서 표범장지뱀도 곤충을 잡아먹으며 서식할 수 있는 모래와 초본류의 작은 천변 생태계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표범장지뱀의 서식 공간을 유지하면서 변화를 관찰해 이들의 서식 실태부터 파악하는 게 생태계에 더 중요하다. 복원 공사는 그다음 문제다."

이렇게 두 전문가 모두 신중한 선택을 주문하고 있다. 4대강사업 당시 환경단체 현장 활동가들은 준설토로 복토한 이 땅을 "반드시 이전 모습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들도 신중한 주문을 요구한다. 14년이 지난 지금 땅이 안정되어 표범장지뱀 같이 그 자리에 딱 맞는 생명이 정착해 살고 있는데 다시 인간이 개입하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다.

"보를 열면 다 해결 ... 칠곡보 수문을 열어라"

이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나온다. 세종보 재가동을 막으려고 금강에서 44일째 천막 농성중인 '보철거를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의 임도훈 간사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보를 철거하거나 보의 수문을 열면 모두 평화롭게 살 수 있다. 보 수문을 하루빨리 열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이곳 해평습지에 영향을 주는 보는 칠곡보다. 보로 강이 막혀 모래톱이 물에 잠겨 있으니 철새들이 더이상 이곳을 찾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니 보를 빨리 열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겨울 칠곡보가 1미터 정도 수위가 내려갔을 당시 드러난 모래톱. 당시 엄청나게 큰 모래톱이 복원됐으나 그해 흑두루미는 한 마리도 찾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겨울 칠곡보가 1미터 정도 수위가 내려갔을 당시 드러난 모래톱. 당시 엄청나게 큰 모래톱이 복원됐으나 그해 흑두루미는 한 마리도 찾지 않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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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초 촬영한 감천합수부의 지금의 모래톱 모습
 지난 6월 초 촬영한 감천합수부의 지금의 모래톱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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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보 상류에 있는 수돗물을 생산하는 해평 취수장의 취수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수문을 열어 2~3미터만 수위를 떨어뜨리면 문제 없는 것으로 나온다(칠곡보 관리수위가 해발 25.5미터, 해평취수장 취수 최하안 수위가 19미터. 따라서 5미터 이상 여유가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칠곡보를 다 열지 않고 소극적으로 수위를 1미터만 떨어뜨려 관찰했는데 당시 이곳 감천 합수부(해평습지)의 모래톱이 크게 넓어졌다. 따라서 겨울철새들이 도래하는 겨울철에만 수문을 여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처럼 보의 수문만 열면 더 넓은 모래톱이 곳곳에 생겨나 흑두루미와 재두루미가 찾을 수 있고, 지금 땅에 이미 자리 잡은 표범장지뱀도 살던 곳에서 그대로 살 수 있게 된다.

구미시는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김종원 교수의 제안대로 다양한 전문가들이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낙동강, #해평습지, #표범장지뱀, #훅두루미, #칠곡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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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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