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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야간노동, 교대근무가 노동자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와 여러 나라에서 이를 규제하는 정책이 제출되어 왔다. 한노보연에서는 "좋은 교대제는 없다"라는 책을 발간해 교대제, 야간노동의 실태, 건강위험, 제도 변화의 필요성 등을 주장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대표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완성차, 부품사에서 일상화되었던 야간노동 체제인 주야맞교대를 주간연속 2교대 근무로 변화시키며 야간노동이 줄어드는 현장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야간노동을 하는 현장이 늘어나고 있다. 물류센터, 배송, 배달 서비스 등에서 나타나는 야간 노동은 산업구조변화, 임금, 고용문제와 연관하여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여러 나라에서 영업시간 규제나 야간노동에 대한 제한 등을 통해 야간노동이 확대되는 것을 막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규제하는 법이 없다. 한 달에 20일 넘게 야간노동만 해도 이를 못하게 할 근거가 없다.

야간노동을 규제하는 법이 없다고 하더라도 노동조합이 있는 조직된 노동자들은 야간노동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그러나 노조가 없는 소규모 사업장이나 불안정한 고용형태를 가지고 있는 노동자들, 야간노동을 많이 하여 생활임금을 보존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은 야간노동만을 고정해서 하거나 야간노동을 주로 하고 있다. 생활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야간노동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점과 고용의 진입장벽이 낮은 점을 이용해 대규모 인력을 뽑아 야간노동을 고정하여 시키고,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소홀히 하는 대규모 산업과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야간노동을 규제하는 법은 없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야간에 제한없이 일을 하고 있다.
 야간노동을 규제하는 법은 없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야간에 제한없이 일을 하고 있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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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서비스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좋은 기업?

야간노동을 만들어내는 자본이 있다. 이들은 기술과 자본을 동원해 국민들에게 새로운 서비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홍보하며 야간노동이 만들어지는 것을 정당화한다. 새벽 배송의 편안함을 위해 야간노동이라는 불편한 노동이 만들어지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누구나 일할 수 있고, 그래서 엄청난 고용을 만들어 내고, 야간 노동을 통해 임금을 더 많이 받고자 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이익이라고 주장한다.

물류산업에서는 야간에만 전담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대부분 일용직으로 근무하며 한 달 중 20~24일을 야간에만 고정으로 근무하고 있다. 일하며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것이 위험하듯, 이들에게 야간노동은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이다. 그러나 야간노동이라는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위험평가나 관리방안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야간노동은 신체건강 뿐 아니라 사회적 고립을 가져온다

한 물류 사업장에서 특고형태의 배송노동자를 모집하는 광고를 일간지 전면에 실은 적이 있었다. 부부가 함께 배송차량을 운전하는데, 밤잠이 적은 아내가 밤에 배송을 하고, 낮에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남편이 낮에 배송업무를 하면서 차 한 대로 운행하며 매우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더불어 환하게 웃고 있는 부부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24시간 아이들을 돌볼 수 있어서 더 좋은 직장이라고 내세웠다.

이러한 광고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좋은 직장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했다는 점에 매우 놀라웠다. 이들에게 노동 외에 다른 삶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부는 하루에 두 번 만난다, 차량 교대를 위해. 배송업무와 차량 운행은 24시간 진행되고, 이들의 육아행위가 24 시간 유지될 수 있지만, 이들 부부의 삶은, 이들 가족의 삶이 광고에 실릴 만큼 권장되는 것일까? 야간노동은 사회적 삶을 제약한다. 이는 신체뿐 아니라 우리의 삶과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원칙이 있어야 문제가 풀린다

사람은 햇빛을 보며 생활하고 어둠 속에서 잠을 잔다. 잠은 신체, 정신의 회복을 위해 꼭 필요하다. 낮에 노동을 하고 저녁과 휴일에는 휴식을 취하고 밤에 잠을 잔다. 이러한 생활패턴이 생체 리듬에 맞다. 이러한 생체리듬을 거스르는 삶을 살면 호르몬 분비의 변화, 자율신경계의 변화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건강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야간에 노동하는 것, 불규칙한 노동을 하는 것은 가능한 없어야 한다.

야간에 일해야 하는 사람이 현실에 있다. 소방, 경찰,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들, 발전, 설비 등의 장치를 작동하는 사람들, 안전관리 업무, 운수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공공의 필요에 의해 야간에 일을 해야만 한다. 야간노동은 좋지 않지만, 불가피하게 해야 한다면 이들에게 발생하는 안전과 건강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 교대를 통해 야간노동을 줄이기도 하고, 인원을 늘려 야간 근무에도 수면을 포함한 휴식을 부여해 생체리듬이 훼손되는 것을 최소화하기도 한다.

일부 산업은 공정상 야간노동이 필요하다. 쇳물을 녹이는 제철소에서는 야간에 용광로를 멈추기 어렵다. 공장가동에 필요한 준비시간이 긴 산업에서는 매일 공장을 멈추는 일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럴 때도 야간노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단지 생산을 늘리는 목적으로 야간노동을 해서는 안 된다. 공공서비스를 위해, 공정상 불가피한 이유로 야간노동이 필요한 경우에도 야간노동으로 인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동조건이 마련되어야 하고, 이를 지원하고 강제할 수 있는 사회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형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 회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 일터 6월호에도 실립니다.


태그:#야간노동, #물류센터, #노동시간, #교대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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