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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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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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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024년 6월 18일 오전 9시 35분]

"문제 제기해야 하지 않아요?"

5년 전이었다.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가 동물권행동 카라 사무실 입양센터 아름품을 지나는데 누군가가 구조견에게 위협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 개도 그 활동가에게 비명을 질러댔다. 카라 활동가들에게 물었더니 이런 말만 돌아왔다. "원래 스타일이 그래요." "오랫동안 일해서 자기 방식만 고집해요." "전혀 배우려고 하지 않아요." 그 사람은 최근 동물 상습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이아무개 카라 동물복지국장이었다.

"처음엔 개랑 고양이한테 폭력을 행사하고, 나중엔 카라 활동가들이 몸싸움을 해서 그를 막았다든가, 그가 활동가들을 밀치고 개를 때렸다든가, 이런 말들이 들려왔어요."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 사무실에서 만난 최 대표는 "이 국장이 동물을 대하는 방식은 완전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수의사인 그는 2018년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을 시작해 2021년부터 카라와 곰 생츄어리(야생동물 보호 공간) 설립을 위해 협업해 왔으나, 지난 4월 카라와 연대를 중단하고 '카라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 들어가 전진경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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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사태의 핵심은 '동물단체에서 동물학대가 발생했다'는 의혹이다. 카라노조(민주노총 일반노조 카라지회)는 이 국장이 지난 10년 동안 빗자루, 슬리퍼 등으로 구조 동물(최소 40여 마리)을 상습 폭행했다고 폭로했다. 카라 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동물을 이용해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학대의 정황은 분명히 있지만 그걸 모두 학대라고 규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학대다 아니다, 부당 징계다 아니다, 이런 팩트 싸움으로 가면 정작 중요한 흐름을 읽지 못하게 돼요. 카라 내에 곪아 있던 조직의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이젠 들여다봐야 합니다."

최 대표는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 다툼보단 그 기저에 깔린 비민주적 의사결정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카라 사태같은 내홍이 동물단체에서 더는 반복되면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아래는 최태규 대표와의 일문일답. 

"카라 내 동물학대 정황 분명 존재, 하지만..."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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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라 동물학대 의혹을 어떻게 봤나.

"학대 정황은 분명 존재했고 학대 사실도 굉장히 많았다. 활동가들에 따르면 카라 내에 있었던 여러 일화와 증언 중 극히 일부만 언론에 보도된 것이다."

- 현재까지는 녹취록과 증언이 전부다. 학대의 구체적인 정황이나 근거가 더 있다는 건가.

"슬리퍼로 때렸다는 등 자극적인 워딩을 쓸 수는 있는데, 어떤 특정 사건이 제게 중요하진 않다. '동물학대'라는 단어로 이 상황을 규정하거나 강조하고 싶지 않다. '학대가 아니면 괜찮다'는 식으로 비칠 수 있고, 동물단체는 학대를 넘어 동물을 어떻게 잘 돌볼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 카라 측은 "물림 사고가 있었던 동물", "돌봄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학대냐 아니냐는 '팩트 싸움'으로 가다 보니 카라도 '동물학대로 신고해라',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학대 여부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다. 신문지를 들기만 해도 자지러지는 개가 있고, 신문지로 맞아도 신나게 노는 개가 있다. 중요한 건 조직이 동물을 대하는 방식이고, 문제를 민주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다. 그러나 카라 사측은 방어만 하려 들다보니 이렇게 상황이 꼬여 버렸다."

- 카라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이 왜 잘못됐다고 보나.

"동물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는 방식은 '훈련'이 아니라 '대응'이다. 동물이 공격성을 보이는 이유를 없애거나 좋은 자극으로 상쇄시키는 것이 훈련이다. 그렇지 않고 물리적인 위협과 공포를 가하면 긴장감이 올라가고 공격성이 나타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 강하게 제압하는 훈련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 않나.

"동물에게 나쁜 자극을 줘서 그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동물에게 앞으로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못한다. '물면 안 돼'라고 혼낸다고 물지 않는 게 아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축적하고, 사람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런 방식은 단점이 많고 훈련 효율도 떨어진다."

"전진경 대표 1인이 십여억원 사업 좌우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앞선 4월 "카라의 노동 탄압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양 단체의 협업을 무기한 중단할 것을 결정했습니다"라며 동물권행동 카라와 연대를 중단하는 성명을 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앞선 4월 "카라의 노동 탄압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양 단체의 협업을 무기한 중단할 것을 결정했습니다"라며 동물권행동 카라와 연대를 중단하는 성명을 냈다.
ⓒ 곰보금자리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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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금자리는 4월 카라와 연대를 중단한다는 성명을 냈다. "카라의 노동 탄압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양 단체 협업을 무기한 중단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 사육곰 생츄어리를 만들기 위해 밤낮없이 함께해 온 동료 활동가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못 본 척하며 연대를 지속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11월 노조 결성 이후 카라 사측이 조직의 비민주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노조를 탄압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 사육곰 활동을 함께한 카라와 연대를 공개적으로 중단했다. 3년 만이다.

"지난 2월 전진경 카라 대표를 만나 4시간 동안 회의했다. 상황이 안 좋아지니 노조에 양보하시라고, 지금 입장을 고수하면 곰보금자리도 연대를 중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전 대표가 협박조의 비공개 공문을 보내왔다."

- 어떤 내용이었나.

"곰 돌봄에 관한 업무 협약을 양측이 좋게 종료할 건지, 아니면 곰보금자리가 일방적으로 파기할 건지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내용이었다. 무례하고 모욕적이었다. 우리는 협약 종료도 파기도 생각하지 않았다. 항의의 차원이었지 두 단체의 관계를 끊자는 게 아니었다. 사태가 해결되면 언제든 협업을 재개할 수 있다고 했지만 카라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 그래서 연대를 중단한 건가.

"부당 징계를 포함해 노조에 대한 전 대표의 태도도 문제였다. 그는 카라 회원들에게 노조가 결성돼 우려되는 점을 자신에게 얘기해달라는 단체 문자를 보내는 등 사실상 노조를 없애고자 했다. 2월 회의 땐 3시간 동안 노조를 만든 활동가 개인들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나쁜지 얘기했다. 그때 희망을 많이 잃었다." 

- 전 대표는 활동가 징계가 "노조 설립과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징계 절차가 먼저 있었다는 건데, 그런 사실관계 싸움이 이 사태의 흐름을 읽지 못하게 한다. 민주노총이 카라에 노조 설립 공문을 보내오고 며칠 뒤 활동가들(카라노조 사무장·회계감사)이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또 작년엔 노조 결성에 관한 회의가 있고 얼마 안 있어 전 대표가 한 활동가(카라노조 지회장)를 파주로 날려버렸다. 일반 회사로 치면 책상 빼고 나가라는 소리다. 이런 일들은 선후관계를 볼 때 노조 설립에 대한 대응으로 보는 게 맞다."

- 카라의 조직 문제를 느낀 사례가 또 있었나.

"2022년 강원도 화천에 땅을 사서 생츄어리를 만들자고 실무진들끼리 협의를 마친 상태였는데, 그해 말 전 대표의 결정으로 계획이 엎어졌다. 다음 해 경기가 안 좋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카라 담당 팀장과 팀원들도 벙쪘다. 시민단체의 의사결정 구조가 아니라고 느꼈다. 대표 1인의 마음대로 십수억 규모의 큰 사업이 결정되고 추진되고 중단됐다."

"케어 사태와는 다르게 가야... 욕으론 문제해결 못한다"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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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일이 곰보금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있었나.

"카라노조 활동가들이 연대의 메시지와 함께 후원회원으로 가입했고, 카라의 비노조 활동가 한 명은 단체 후원을 중단했다. 동물해방물결, 핫핑크돌핀스, 새벽이생츄어리 등 다른 동물단체들도 이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 오랫동안 협업해온 단체를 비판하게 됐는데.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노조 활동가들은 매일 사무실에서 '너희가 카라를 망하게 했다'는 얘기를 들을 텐데 마음이 아프다. 전 대표나 이 국장도 굉장히 힘들 것이다. 억울한 마음도 들 것이다. 그럼에도 공격하는 사람이든 공격받는 사람이든 그들을 위해서는 (연대를 중단하고 비판하는) 이것이 최선이다."

- 앞서 케어 박소연 사태가 있었는데, 이번 일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보나.

"비슷하게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다른 프레임으로 갔으면 좋겠다. 케어 사태 당시 안락사 문제가 전면에 드러나는 게 안타까웠다. 문제는 안락사 자체가 아니라, 박 대표가 무리하게 구조한 동물들을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짓으로 안락사를 했다는 것인데, 정작 안락사로 '죽였다'는 사실과 박 대표가 '나쁘다'는 이야기만 강조됐다. 이번 카라 사태도 동물 학대, 셀프 연임 같은 문제가 '증상'으로 드러나는 것이지, 소위 나쁜 놈만 자극적으로 보여줘서 욕하게 만드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조직에 곪아 있던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이젠 들여다봐야 한다."

- 지금도 카라와 협업을 재개할 생각은 있나.

"이 사태가 해결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해결이란 노조가 인정받고 대표를 포함한 이사진이 모두 교체되는 것을 말한다."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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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동물권행동카라,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최태규,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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