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기간 문재인 캠프는 "사드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기라"고 요구했다. 취임 초 전임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과정과 사드 반입 과정을 문제 삼았지만, 지난 7월 28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보관 중인 사드 4기의 임시배치를 지시했다.

결국 둘 중 하나이다. 사드 반대 입장에서 찬성으로 돌아섰거나, 처음부터 사드 찬성 입장인데 성주-김천 주민과 중국의 저항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반대했을 수 있다. 무엇이든 사드를 북한 핵문제를 치유하는 핵심요소로 여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을 말하고 무기체계에 입각하면 흠이 줄어드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

핵 방어체계를 논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핵무기와 운반수단 보유 여부에 대한 진단이 우선이다. 북한이 5회 핵실험을 했으므로, 핵무기 개발능력과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사용가능한 핵무기는 실험한 적도 제조했다는 증거도 없다. 역시 인공위성 실험에 2회 성공했기 때문에, 핵 운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핵무기를 운반할 정도의 미사일은 실험한 적이 없으며, 제조했다는 증거도 없다. 북한이 핵무기와 운반수단이 실전능력을 갖추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우리의 방어태세는 어떠한가? 핵무기 방어는 사전타격인 킬 체인(Kill-Chain)과 사후 타격인 미사일 디펜스(Missile Defense, MD)로 구분된다. 현재 미국의 감시자산인 KH-12 군사위성과 Taurus 공대지 미사일(각종 장거리 미사일 포함)로 킬 체인은 완성되어 있다. 2019년이 되면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Global Hawk) 1세트 4기가 들어오고, 2021년에 군사위성이 실전배치 되는 등 한국 단독으로 킬 체인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킬 체인이 잡아내지 못하고 한국을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이다. 이를 공중에서 요격하여 격추시키는 시스템이 바로 MD이다.

MD는 4단계로 구성된다. 핵미사일이 발사되면 우주에 진입해서 일정 시간 비행한 다음, 목표지점 가까이서 대기권으로 진입한다. 요격은 대기권 밖에서부터 이루어지며, 실패하면 대기원 안에서도 시도된다. 고고도미사일로 명명되는 타격고도 150~500km인 SM-3가 적절한 무기로 평가받고 있다. 그 아래로 중고고도 미사일로 명명되는 타격고도 40~150km인 사드(THAAD), 중고도 미사일로 명명되는 고도 50~60km의 Arrow-2, 저고도 미사일로 명명되는 고도 30~40km의 PAC-3와 고도 15~20km의 PAC-2가 뒤를 받힌다.

문제는 사드가 핵탄두 미사일을 방어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핵탄두 미사일의 자유낙하속도는 마하 24 이상이다. 1초당 8.16km 이상의 속도로 자유낙하하기 때문에, 대기권 내에서 대응시간은 매우 제한적이다. 사드, Arrow-2, PAC-3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예비무기일 뿐, 핵심 미사일방어체계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의미이다. 대신 탄도 미사일이 상승 후 대기권 밖을 비행 중일 때 요격해야 명중 가능성이 높아진다. 바로 GBI와 BMD기능을 갖춘 이지스함에 탑재된 SM-3가 MD체계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정부가 사드에 목을 매는 이유가 무엇일까? 청와대와 국방부에 탁월한 군사전문가가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핵 방어체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는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려는 목적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한미동맹 관계로 인해 사드를 철수시킬 수 없기 때문에, 사드의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목적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떤 이유를 들이댄다고 할지라도, 핵 안보에 대한 거짓말은 용서받을 수 없다. 국민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핵 방어체계를 순차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정부가 나아갈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