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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역 인근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수정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역 인근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박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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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성폭력이 국가폭력이 아니라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요."

임수정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조위)가 공개한 '성폭력 보고서'를 두고 "보고서에 '소수의견'이라고 담긴 내용이 굉장히 문제적"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임 대표는 지난 4월 23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인근에서 진행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진조위) 보고서와 달리 성폭력 보고서를 발표할 땐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추천 위원들의) 소수의견을 보도자료로까지 만들어 배포했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진조위는 지난 4월 2일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조사결과보고서'를 공개하며 "(최초 52건에서 33건을 제외한 19건의) 조사대상 사건 중 16건은 진상규명, 3건은 진상규명 불능으로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보고서엔 이러한 결정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자유한국당 추천 몫의 이종협·이동욱·차기환 위원의 입장이 소수의견으로 들어갔다. 

특히 진조위는 "계엄군을 잠재적 강간범으로 단정했다", "국가폭력이란 용어가 부적합하다"고 밝힌 세 위원 명의의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직후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은 "소수의견이 보고서의 의의를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2019년 12월 27일 집단발포와 헬기사격, 민간인 집단학살 등을 진상규명하기 위해 출범한 국가기구로 작년 12월 26일 조사활동을 마감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개별보고서를 공개 중이며 종합보고서는 6월 26일 이전까지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아래 임 대표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 

조사 대상 52건이 19건으로... "가부장적 문화 반영"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성폭력 보고서 중 일부.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성폭력 보고서 중 일부.
ⓒ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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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광주·전남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5.18에 관심을 갖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저는 광주에 살며 고등학교 2학년 때 5.18을 겪었다. 광주에서 대학에 다니면서도 5월의 분위기를 느꼈다. 또한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5.18 당시 여성의 활동이 사장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왔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5.18 관련 여성의 활동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여성운동을 하며 (시민군이 먹을) 주먹밥을 만든 사람들이, 대자보를 쓰고 연락책을 맡은 사람들이 여성이었음을 알았다."

- 진조위의 성폭력 보고서를 어떻게 평가하나.

"(보고서가 나온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권력이 저지른 성폭력을 최초로 정리해 내놓은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피해 사례 수합, 계엄군 활동 조사, 관련 증언 및 의료·구술 기록 검토 등 공적인 자료로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하고자 노력한 보고서다. 지금까지 이런 보고서는 없었다. 물론 가해자 처벌로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절차에 의한 보고서가 앞으로도 계속 쓰인다면 한국 현대사 속 국가권력에 의한 성폭력 문제를 규명할 단초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 진조위는 당초 52건의 사건을 확보했다. 그러나 피해자 사망 등으로 진술을 확보할 수 없거나 피해자 또는 피해자 가족이 조사를 거부했다며 33건을 제외하고 19건만 조사 대상에 올렸다. 

"33건의 사건이 배제되는 데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문화가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당시 피해자가 10~30대였으니 지금 그들은 50~70대다. 그 세대는 '성폭력을 당한 건 내 탓'이란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지금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피해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기 쉽지 않을 거다. 또한 진조위에 수사권이 없어 조사에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진조위 조사로 끝난 게 아니다. 해당 보고서를 토대로 학계 연구나 지역사회의 활동이 이어지면, 아직 진상규명되지 못한 또 다른 5.18 성폭력 사건들이 점차 더 드러나게 될 것이다."

- 진조위는 조사 대상 19건 중 3건을 "진상규명 불능"으로 결정하며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점", "증언이나 증거 자료의 부족" 등을 이유로 들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을 존중하지 않는다. 진조위 회의록을 보면 '피해자 진술이 일관적이지 않다', '그 진술을 어떻게 믿냐', '목격자가 있냐', '병원 기록이 있냐' 등의 의견이 오간다. 그런데 5.18은 44년 전 사건이다. 그 사이 피해자는 뉴스도 보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들었을 거다. 그 과정에서 여러 정보가 주입되며 피해자도 모르게 기억이 혼재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오래된 성폭력 사건에선 '최초의 진술'이 굉장히 중요하다. 가장 처음 피해 사실을 이야기할 때 직관적으로 말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고서는 '구체적 장소, 피해 직후 상황, 가족의 학력, 부모님의 사망 시점 같은 정보가 일관되지 않다'며 진술의 일관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진상규명 불능이 결정된 사례만 봐도 피해를 겪은 사실만큼은 진술이 변하지 않으며, 피해자가 부모님에게 털어놓기까지의 상황, 그때 부모님이 한 말, 당시의 감정 등을 설명한다. 이런 건 직접 겪지 않으면 말할 수 없는 내용이다.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는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진조위로부터) 강한 압박을 느꼈을텐데 혼자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피해자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으면 그것은 성폭력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사회에 계속해서 던져야 한다."

- 진조위는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을 상대로 127회의 조사를 벌였으나 가해자가 누구인지 단 한 명도 결론 내리지 못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특정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지목된 사람이 진술을 거부하거나 조사에 참여하지 않기도 했다. 수사권이 없는 진조위 입장에선 가해자가 누군지 결론 내리기 어려웠을 거다. 그렇지만 핵심은 1980년 5월 계엄군이 시민을 진압할 때 성폭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목격자 없다? 목격자 있는 데서 성폭행하나?"
 
차기환 변호사(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 자료사진).
 차기환 변호사(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 자료사진).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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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협·이동욱·차기환 위원은 소수의견을 통해 진상규명 결정 처리된 사건들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 피해자·참고인의 진술을 검증 없이 사실로 받아들인 점 ▲ 계엄군을 잠재적 강간범으로 단정하는 관점 ▲ 가해자로 지목된 계엄군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리인·변호인이 없었던 점 등을 문제 삼았다.

"그러한 세 위원도 동의한 사건이 있다. 피해자가 계엄군에 강제 탈의돼 '성적 모욕 및 학대'로 분류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진술이 구체적이고 피해자의 친구가 목격자로서 증언했으며 마을 주민들도 피해 직후 상황을 진술했다. 세 위원은 '최소한 이 정도는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목격자가 있는 성폭행이 얼마나 될까. 아무리 계엄군이 시민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였다고 해도 목격자가 있는 공간에서 성폭행했겠나.

진료기록 미확보를 문제 삼은 경우도 있었는데, 5.18 당시 웬만한 병원이 다 문을 닫았는데 어떤 성폭행 피해자가 산부인과에 가서 진료받을 수 있었겠나. 이 역시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을 신뢰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란 생각이 든다. 5.18 당시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나는 분명히 성폭력을 당했다'라고 진술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게 참 안타깝다. 

또한 보고서는 계엄군을 잠재적 강간범으로 서술하지 않았다. 광주시민들도 당시나 지금이나 '계엄군은 강간범'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광주시민들에게 계엄군은 강간범이 아니라 (국가폭력을 저지른) 무서운 존재였다. 대리인이나 변호인을 논하는 것도 이상하다. 지금 법정에 간 것도 아니지 않나. 그런 의견엔 반박조차 하고 싶지 않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전원위원회 위원 3인(이종협·이동욱·차기환)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조사결과보고서 공개 하루 전인 지난 1일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진상규명 결정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전원위원회 위원 3인(이종협·이동욱·차기환)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조사결과보고서 공개 하루 전인 지난 1일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진상규명 결정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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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위원은 '국가폭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점도 지적했다. "국가폭력이라는 용어는 히틀러 치하의 나치 독일, 김일성 치하의 북한 등 전체주의 국가에서의 집단적 인권 말살 현상을 설명할 때 쓰는 용어"라면서 "계엄군 자체를 국가폭력의 집단으로 폄훼하고, 명령을 수행하는 군인들을 성범죄 집단으로 오인케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계엄령에 따라 계엄군이 광주에 투입됐다. 국가의 명령을 따른 것이다. 군 통수권자가 누구인가. 대통령이잖나. 국가가 계엄령을 선포했고, 계엄군이 투입돼 광주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했는데 이게 왜 국가폭력이 아니라는 건가. 당연히 국가폭력이다. 5.18 사망자, 부상자 등 피해자 모두 국가로부터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보상받고 있다. 국가폭력이 아니라면 왜 국가가 보상하고 있겠나.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들의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보고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에서 계속 토론 등을 통해 보고서를 공유·확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오는 6월 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진상규명 불능 결정이 난 사건들은 다시 짚을 것이다."  

태그:#518민주화운동, #518성폭력, #국가폭력,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소수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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