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5.02 11:45최종 업데이트 24.05.02 11:45
  • 본문듣기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email protected]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표 1] 한국 GDP 성장률(단위 : %)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7.5%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전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제조업 부문의 고용 비중은 17% 내외로 많이 감소했지만 부가가치 비중은 다른 어떤 국가에 비해서도 높다. 제조업 경쟁력은 독일, 중국 다음으로 3위다. 한국 경제라고 하면 삼성, 현대자동차, LG, 포스코와 같은 한국의 초국적기업이 언급된다. 한국 제조업은 미국, 중국과 함께 반도체, 배터리, 전기자동차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 탈탄소-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은 제조업 국가다.

이런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 최근 5년간 동향만 살펴보면 변화의 징후는 뚜렷하다. '표 1'은 최근 10년간 한국 GDP 성장률 추이를 보여준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대 초반 2%대 후반에서 2020년 이후 2%대 초반으로, 급기야 2023년은 1.4%로 감소한다. 2020~2021년은 코로나 충격으로 인한 변동성이 반영된 수치이다. 2023년은 경제의 외생적 충격이 없었음에도 1.4% 성장률을 기록한다.


'표 1'에 나타난 추세를 보면 제조업은 성장률 변동성이 큰 업종임을 알 수 있다. 제조업은 세계시장 변동성(세계 수요의 흐름과 국가간 경쟁 압력)이 반영되어 있는 반면 서비스업은 내수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다. 한국 경제는 제조업이 성장을 추동하고 이를 반영하여 서비스업 수요의 변동성도 나타나며, 그 집계 결과가 GDP의 추이다. 그만큼 제조업이 중요하다.

또한 2020년 전후 한국 GDP 성장률 정체를 이끌고 있는 분야는 제조업임을 알 수 있다. 2020~2021년 두 해를 예외로 하면 2019년 이후 한국 제조업의 성장률은 1%대를 기록하고 있어 GDP 성장률을 하회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 경제가 그나마 2% 성장률을 기록한 것도 서비스업 덕분이다.
 

[표 2] 외국인 국내투자와 해외직접투자(단위 : 천 달러)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한국 제조업의 정체와 대조적으로 한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경향적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해외직접투자는 외국에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외국인이 주주로 있는 법인의 주식 10% 이상을 취득한 경우를 의미하기 때문에 단순한 자산취득과 다르다. 2020년 이후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건수는 감소했지만 금액은 크게 증가했다. 이는 개별 해외직접투자 금액 단위가 커졌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은 순자본 수출국이었다. '표 2'에서 보듯 외국인의 국내 투자보다 한국 기업의 해외투자 비중이 더 컸다. 그러나 그 차이는 뚜렷하지 않았다. 그런데 2017년 이후 한국의 해외직접투자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외국인의 국내투자와 해외직접투자의 금액 차이가 크게 증가했다.
     
해외직접투자가 외국인 국내투자보다 많아졌다는 의미는 한국이 '노동자 국가'에서 '자본가 국가'로 전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은 자본 부족 국가가 아니라 타국 노동자를 고용한 자본 수출국이라는 의미다.

더불어 노동력으로 해외에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게 아니라 해외에서 노동자를 고용해서 이윤을 낳거나 국내에서 외국 노동자를 수입하여 이윤을 낳는 그런 국가가 되었다는 의미다. 한때 좌파들은 자본수출을 하는 나라를 '제국주의'라고 했는데, 한국도 이제 그런 나라로 분류해야 한다.

한국의 시민들은 해외직접투자를 한 기업의 주식에 투자해 평가 차익을 얻거나 배당수익을 받는 시민이 되었다. 한국의 중간계급 시민들은 노동력을 공급하는 주체이기도 하지만(노동자이기도 하지만) '주주'이기도 하다. 이들은 자기 임금 상승에 민감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주식 가치에도 민감한 존재다.

한국 중산층의 삶에서 지대 추구는 상수가 되었다. 삼성전자에 투자한 주주들은 삼성전자의 국내 투자 감소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것보다 해외직접투자로 수익을 내어 주식 가치가 오르는 것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미국으로 향하는 한국의 초국적자본
 

[표 3] 대륙별 해외직접투자(수출입은행 해외직접투자 동향분석, 2023) ⓒ 수출입은행

 
2000년 이후 한국의 제조업 해외직접투자 중심지는 중국이었고, 금융 부문은 북미가 중심이었다. '표 3'에서 보듯 2020년 이전 아시아와 북미의 투자액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2020년 이후 그 추세는 크게 변한다. 북미 투자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표 4'를 보면 이와 같은 북미 투자 증가를 주도하는 분야가 제조업임을 알 수 있다. 2023년 4분기 기준 북미 제조업 투자는 93.4% 상승한다. 반면 아시아 투자는 13.2% 감소한다. 물론 절대액에서 미국과 중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의 금액 차이는 크지 않다. 중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는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반면 미국 제조업에 대한 투자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는 의미다.
     

[표 4] 제조업 지역별 투자(단위 : 백만 달러, 자료 : 수출입은행 해외직접투자 동향분석, 2023) ⓒ 수출입은행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CHIPS Act)을 도입한 이후 국내 제조업 기업들의 미국 투자는 급속히 증가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전기차 및 부품, 태양광, 풍력 등의 공급망을 북미 내에 구축할 것을 규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는 수입품에 대해 무역장벽을 두거나 보조금 사업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은 한국 초국적기업들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LG화학, SK하이닉스 등은 연이어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수년간 미국에 400억 달러(55조 680억 원) 이상 투자하고 64억 달러(8조 8109억 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잠정 합의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트랜시스 미국 현지 법인들이 스페인 태양광 발전업체로부터 향후 15년간(2025~2040)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했다. 미국 내에서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다.
 

2023년 11월 2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콜로라도주 푸에블로에 있는 세계 최대 풍력타워 제조업체인 한국 기업 CS윈드의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공장에는 '바이드노믹스, 미국에 투자'라고 쓰인 큰 배너가 걸려있다. ⓒ 연합뉴스

 
과거에 한국의 초국적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는 비용절감이나 시장개척을 목적으로 이뤄졌다. 현지 법인을 설립하면 단기간에 투자금액 회수를 위해 감가상각을 크게 한다. 언제든지 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상대적으로 물류비용이 적게 드는 부품은 국내에서 생산하고 그렇지 않은 부품은 1차 협력업체와 동반 진출을 통해 공급망을 구축했다.

제품 개발은 국내에서 이뤄졌고 해외 생산 제품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델을 그대로 생산했다. 자체 개발에 한계가 있는 분야의 기술은 현지 스타트업을 인수(M&A)해 계열화시켰다. 그러므로 해외직접투자는 국내 투자의 대체가 아니며 해외투자를 통해 증가된 수요는 국내 중간재 산업을 성장시키는 요인이었다. 2015년 이전까지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초국적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국내 고용효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 초국적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는 그와 성격을 달리한다. 북미에 투자하는 전기자동차나 배터리, 반도체 기업들은 북미 내에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해외 법인은 신제품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이뤄지는 해외직접투자는 국내 산업과 독립된 제조생태계를 북미에서 건설하는 것과 같다. 이는 국내 생산을 대체하는 성격이 강하다. 기술개발, 인적자원 양성, 소재 부품의 역내 조달, 사후 서비스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말이다.

해외직접투자는 축복할 일인가?
           
앞에서 한국 경제의 장기 저성장이 제조업 저성장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의 정체는 국내 투자 감소와 해외직접투자의 급속한 증가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여러 법적 조치들은 동맹국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를 강제하고 무역을 통제하려는 데 있다. 국내 기업들은 한편으로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기 위해,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기업들의 기술을 내부화하고 우수한 인적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투자를 증가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미 행정부의 정책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 배치된다. 전기자동차나 배터리와 같은 탈탄소 이행에 중요한 제품 생산을 위한 공급사슬을 북미 내에서 구축해야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조치는 해외기업과 자국기업 간의 공정한 시장경쟁에 차별을 두는 조치이다. 이는 단지 중국 경제만을 견제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한국이나 대만 소재 기업들마저도 자국의 통제하에 두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초국적기업들은 새로운 이윤의 기회를 얻기 위해 미국의 조치에 적극 부응할 수 있다.
 

2023년 4월 25일(현지시간)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DC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참석자들에게 착석을 권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사회도 이를 환영해야 하는가? 한국의 주요 언론들은 행여나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 정책으로 인해 한국 초국적기업들이 미국이나 기타 경쟁국들의 기업보다 우호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를 나타내며 한국 정부가 해외로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을 더 잘 지원하라고 촉구한다. 더 놀라운 것은 한국 정부의 태도다. 현 정부의 대통령은 한미일 안보 강화를 지속적으로 선전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더 촉진하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2023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이 동맹국의 상호이해를 파괴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미국이 한국 기업들로 하여금 미국 투자를 촉진하는 것에 대해 어떤 우려도 표명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이를 부추기고 있다.

2023년부터 해외 자회사가 국내로 보내는 배당에 대해 비과세하도록 법인세법을 개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여야가 합심해서 추진하는 내용이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를 더욱 촉진할 것이다. 해외법인으로부터 들어오는 소득이 비과세되기 때문이다.

생산의 현지화는 국내 기술의 이전을 포함한다. 생산공정, 엔지니어 교육, 노동력 훈련 등에서 그렇다. 이를 통해 공정혁신 역량과 암묵지가 해외로 이전된다. 초기 해외직접투자는 경쟁력이 없는 생산시설을 역외로 이전하는 것이었지만 2000년대 이후 정보통신기술 등이 발전하자 연구개발의 외주화, 연구개발을 위한 역외 투자도 증가했다.

그러나 잘 알려져 있듯이 1990~2010년대 미국, 유럽 기업들의 역외 투자는 이들 국가에서 탈산업화를 초래했고, 제조 역량을 약화시켰다. 더불어 국가 경쟁력도 크게 하락시켰다. 이에 대한 성찰이 제조업 회귀 정책이나 인근 지역-국가로 유치하는 정책이다. 바이든은 이를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국이라고 해서 생산 현장 역외 이전과 제조업 경쟁력 약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말할 수 없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 여전히 제조업 비중이 매우 크고 다른 국가들에서 포기한 전통적인 산업(조선, 철강, 석유화학, 기계산업 등)에서조차 강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제품 수요의 많은 부분들은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고(수출 의존), 국내의 수요 기반은 부재하며, 장기적으로 인력공급마저 불투명한 측면이 있다. 지정학적, 지경학적 갈등이 심화하고 무역장벽이 더 강화하면 수출마저도 어렵게 된다. 여러모로 한국의 초국적기업들이 해외에 나갈 유인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것은 향후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남종석 /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 정책위원(소셜 코리아 자문위원) ⓒ 남종석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남종석 박사는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 정책위원이며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중입니다. '소셜 코리아' 자문위원이기도 합니다. 한국 제조업 산업생태계, 지역불균등 발전, 제조업의 탈탄소화와 그린뉴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
ublock 설정 | 2023년 예비군 | usda 코인 전망 2023 2024 2025 | skt 군인요금제 가입 방법 | 토레스 | 디스트릭트 코인 | havah bybit | 3hp | town코인 | 베이스 난이도 | elon 코인 사는법 | gpt 챗 | lina 幣 價格 | 최종병기 활 자막 | snob 幣 前景 | ds 코인 전망 2023 2024 2025 | 김하성 통계 | quantum ai | tlf 코인 전망 2023 2025 2030 | 코인 하는법 | 가슴 유출 | kred 코인 결제방법 | 리니지 m 매출 | 극우의 새로운 얼굴들 | 영화 소름 | 보건증 발급 방법 | oxd 코인 전망 2023 2024 2025 | 카카오톡 pc버전 프로필 사진 저장 | 군 월급 | pepe 코인 구매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