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6.03 13:38최종 업데이트 24.06.0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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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공공정책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지속적으로 정책 칼럼을 연재해 온 공공정책네트워크 넥스트브릿지는 22대 총선과 22대 국회 개원을 맞이해서 <22대 국회가 해야 할 과제와 정책제안>을 기획하고 4월부터 6월까지 기획연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학교 내 주체간 갈등이 날로 늘고 민주적 풍토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좋은 학교를 만들어 갈 역량 있는 리더를 만들어내는 제도 혁신을 김성천 한국교원대학교 교수가 22대 국회에 제안합니다.

 

교장실(자료사진) ⓒ 윤근혁

 
볼링을 하면서 스트라이크를 치려면 5번 핀을 맞추어야 한다고 한다. 이를 '킹핀'이라고 한다. 교육정책에도 '킹핀'이 있을까? 분명히 있다.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교장임용(승진)제도이다.
  
"교감 100명이 교장 1명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최종 의사결정의 권한과 책임이 상당 부분 교장에게 부여되기 때문이다.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학교에 혁신 마인드를 가진 교장이 부임하여 뜻 맞는 학부모와 교사를 결집시켜서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낸 감동적인 스토리는 너무나도 많다.

한편, 비교적 괜찮았던 학교인데, 리더십이 거의 없는 학교장이 부임하여 학교가 순식간에 망가진 사례도 적지 않다. 자유주의의 가치가 심화된 상황에서 주체 간 합의보다는 이견이 더욱 표출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견과 갈등을 조율하고 조정하면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할 사람은 결국 누구인가?


학교에서 누군가 어떤 혁신과 변화를 일구려고 할 때, 기업처럼 외적 인센티브를 주기도 어렵다. 동시에 구조와 제도, 문화, 주체의 제약도 따른다. 이러한 학교 환경과 맥락에서 교육적 성과가 나오려면,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 상호작용이 중요한데, 학교장이 그 출발점이다.

교장임용제도의 현주소

교장임용제도가 중요하며, 바뀌어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제도 혁신이 쉽지 않다. 현행 교장임용제도는 <교육공무원 승진규정>에서 승진에 필요한 점수의 구성 요소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 규정은 1964년에 제정되었다. 제정 이후 무려 47번의 개정이 이루어졌지만, 기능적이고, 부분적인 변화만 있었을 뿐, 큰 틀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교장이 되려면, 15~20년 이상의 경력, 근무성적 평정, 연수 성적, 교육성적 그리고 각종 공통 및 선택 가산점(예: 도서·벽지 근무점수 등)을 합산하여, 일정 순위 안에 들어가야만 교감자격 연수를 받을 수 있다. 이후 교감으로 몇 년 이상 근무를 해야 교장자격연수를 받고, 비로소 교장으로 임용된다. 이러한 제도를 승진형 교장으로 명명할 수 있다.

승진형 교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장자격증을 가진 이들만 교장으로 지원할 수 있는 초빙형 내지는 공모형이 있으며, 교장자격증이 없는 교사들도 공모할 수 있는 내부형이 있다. 그 외에 특성화중·고, 특목고, 예체능계고, 각종학교에서는 교원자격증이 없어도 각 학교의 교육과정에 관련된 기관 또는 단체에서 3년 이상 종사한 경력만으로 지원이 가능한 개방형 교장도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내부형 교장제를 실험적으로 적용한 바 있으나 기득권의 장벽에 부딪혀서, 내부형 교장제의 확산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내부형 교장과 개방형 교장을 합쳐도 2.5%가 되지 않는다. 그만큼 기존의 승진제의 위력이 매우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교육공무원법 제29조3(공모에 따른 교장 임용 등)',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2조의6(공모 교장의 자격 기준 등)'에서 자율학교에서만 교장 공모에 대해서 제시하고 있는데, 이 조항을 바꾸어야 한다. 자율학교뿐만 아니라, 모든 학교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교운영위원회가 심의하여 학교장의 여러 유형 중 하나를 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학교에 부여하면 된다. 학교에서 교장자격증이 없는 교사들도 공모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신청해도, 교육청이 임의로 판단하여 지정하지 않는 경기도교육청과 같은 사례도 막아야 한다.

"모든 학교 또는 유치원에서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교원으로서 근무한 경력 15년 이상인 교육공무원이나 사립학교 교원 중에서 공모를 통하여 선발된 사람을 교장(원장)으로 임용한다" 또는 "모든 학교 또는 유치원에서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교장(원장) 유형을 선택할 수 있으며, 교육청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학교운영위원회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로 바꾸면 된다.

교장임용제도 개혁 방향은?
 

교실 ⓒ 픽사베이

  
최근 들어 바뀐 학교의 상황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최근 들어 교장 임기 8년을 채우지 않고, 명예퇴직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교육청의 경우, 교장의 명예퇴직은 5년 새 7배로 대폭 늘어났는데, 이는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학교 내 주체 간 갈등과 민원이 증폭하기도 했고, 예전에 비해 민주적 풍토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교장의 권한 내지는 권위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자괴감도 한몫했다. 여기에 젊은 교사들의 경우, 승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바에는 '워라밸'을 추구하겠다는 '탈승진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승진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어드니, 학교에서 핵심 업무를 맡을 보직 교사 확보도 자연스럽게 어려워지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교장임용제도를 바꾸어야 하는가? 학교장의 직무 역량과 학교 자치, 학교 혁신의 관점, 제도 간 경쟁과 진화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정양순(2019)은 중학교 교장에 필요한 책무 영역(역량) 모델을 학교 교육목표 관리(비전과 목적 관리, 조직화, 동기 부여, 추진력), 학교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교육과정 이해력, 효과적인 팀 구축), 학생 생활 교육 및 학생 관리(학생지향성, 다양성 존중), 교직원 인사 및 복지(배려와 관심, 인사 관리상의 용기, 교직원 역량 평가), 교직원 전문성 개발 및 지원(교육지원 계발, 자기 개발), 행·재정/시설·안전관리(실행 지향성, 프로세스 관리, 업무 관리와 평가), 학부모·지역 사회 협력(협상능력, 대안관계 기술)으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직무와 역량을 보면, 학교장은 교장실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결재만 하는 존재가 결코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직무 역량을 갖춘 교장이 현실에서는 어느 정도로 배출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행 교장승진제도가 이러한 역량 내지는 리더십, 전문성을 검증하거나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시스템인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교장에게 필요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학교에 왔을 때, 교장 개인은 물론, 그가 근무하는 4년 동안에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자칫 불행과 어려움을 안길 수 있다.

학교장의 역량과 리더십을 누가 판단할 수 있는가? 그와 함께 근무를 했던 이들은 그의 역량과 리더십을 가장 잘 알 수 있다. 동시에, 학교마다 어떤 교장을 원하는가에 대해서는 그 상이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구성원들 스스로 어떤 교장을 원하는지를 서로 논의하면서, 교장 후보들의 학교운영계획에 대해서 들어보고, 질문과 토의를 하면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약간의 품을 팔면 그에 대한 평판도 확인이 가능하며, 때로는 동료평가나 교원평가, 활동 포트폴리오 등 자신에 대해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스스로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4년간 우리학교를 책임질 교장에 대해서 학교 구성원들이 철학과 비전, 계획에 대해서 들어보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교육자치와 학교자치의 철학에 부합한다(김성천·홍섭근·신범철, 2021).

학교장 후보들은 학교운영계획서를 구성할 때, 그 학교에 대해서 나름 연구하고 분석해서 혁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연구, 분석, 발표, 검증과 소통, 수정, 보완은 학교의 지속가능발전을 보장할 수 있다. 이는 학교가 1년 단위가 아닌 4년을 기준으로 설계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할 일
 

교육부 건물. ⓒ 윤근혁

 
교육부와 교육청은 무엇을 해야 할까? 간단하다. 학교장 유형(독립변인)에 따라서 변혁적 리더십이든 학생의 행복지수든, 학생주도성이든, 민주주의 지수이든, 교원학습공동체 활성화와 같은 여러 종속변인을 설정하고, 검증하면 된다. 즉, 어떤 제도가 학교 구성원들에게 인정받고 있으며, 학교효과를 극대화하는지 검증하면 된다. 동시에, 승진형, 초빙형, 내부형, 개방형 등의 교장 제도는 나름 안고 있는 약점을 파악하여 진화 발전해야 한다.

예컨대, 승진형의 경우, 최대 4년만 보장하고, 이후는 공모제로만 응모하게 할 수 있으며, 교감이나 교장자격연수 대상자를 결원에 비해 2배수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교감자격 연수대상자가 되면 거의 탈락되지 않는다. 대상자를 대폭 늘리고, 형식적인 면접에서 벗어나서 역량면접이라든지, 동료평가를 거쳐 준비되지 않는 이들은 제대로 걸러야 한다. 교장 자격을 받은 자들이 많아지면 초빙형 교장제도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된다.

내부형의 경우, 공정성 보장을 위해 학교장 직선제 수준으로 참여자를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 공모 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롭고 복잡한 면이 있기 때문에, 절차를 간소화하고, 수반되는 행정 업무는 교육청 차원에서 대행해야 한다. 유치원이나 특수학교에서는 내부형 교장 공모 사례가 거의 없는데, 예외 없는 인사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교장 공모제는 있지만 교감 공모제는 왜 없을까? 교감도 공모하여 선발하는 방식을 학교 구성원들이 원한다면 도입해야 한다. 신설학교 내지는 폐교 위기가 있는 학교 경우, 교장-교감-교무부장-교육과정부장 등을 팀 공모로 받는 방식도 모색해야 한다.

리더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과 실천을 통해 만들어진다.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전략과 상호작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리더십과 역량을 충분히 연습하고 학습해야 한다. 5주 남짓한 현행 집체형 교장자격 연수로는 학교장에게 필요한 여러 직무 역량과 리더십을 익히는 데 한계가 있다. 가칭 '리더십 아카데미'를 별도로 구성하고, 교감이나 교장이 되기를 원하는 이들이 최소 6개월 이상 학습과 실습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수료 이후에는 공모 교장 지원 자격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현장에서 존경을 받는 보석 같은 전·현직 교장들이 적지 않다. 이들을 멘토나 교수진으로 잘 활용하면 비전을 함께 만들어가는, 3주체의 이견을 잘 조정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양질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학교자치의 철학과 문화를 구현하는 예비 교장 후보들을 많이 배출할 수 있다.

AI와 에듀테크, 4차산업혁명을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주호 교육 부장관은 왜 교장인사제도 혁신에는 침묵하고 있는 것일까? 교육공무원법이 1953년 4월에 시행되었고, 1964년에 교육공무원임용령이 전부 개정되면서 승진후보자명부 작성 및 방법 등 근거가 만들어졌다. 묵어도 너무 많이 묵었다. 이러한 교장 제도가 60년 넘도록 큰 틀에서 변화 없이 이어졌는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인가? 22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교장임용제도를 과감하게 혁신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필자소개 : 김성천은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과 경기도교육청 장학사, 교육부 교육연구사를 거쳐 현재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부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며 학습공동체를 이끌고 있다. <고교학점제란 무엇인가>(공저), <소환된 미래교육>(공저), <교육자치시대의 인사제도혁신>(공저), <융합교육으로 미래교육의 길을 찾다>(공저)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덧붙이는 글 <참고문헌>

정양순(2019). 한국 중학교 교장의 직무분석과 역량 모델링 연구, 고려대 박사학위논문
김성천, 홍섭근, 신범철(2021). 교육자치 시대의 인사제도 혁신. 테크빌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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