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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상원 열사와 서울역 회군'라는 주제를 가지고 민형배, 염태영, 이해식, 진성준 국회의원과 (사)5대운동이 공동 주최하고 (사)윤상원기념사업회와 (사)이태복기념사업회가 후원하는 '5.18 제44주기 서울 토론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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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소재 인문연구소에서 5월 광주정신을 탐색하는 집필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황광우 작가는 지난 5월 18일 '시민군' 책 출간례 행사에서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40여년 동안 오월의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알아도 불가사의한 것도 오월 광주였다. 오월은 여전히 계속 묻고 있고 우리는 답해나가야 한다!"

5월항쟁 관련하여 최근 자주 제기되는 물음이 있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5월 15일 서울역 광장에 10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모여 '회군'하지 않고 청와대로 행진했다면 '제2의 4.19'로 발전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광주의 참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대신 '광화문 사태'가 그 자리를 대신하였을까?

최근 '서울의 봄' 영화가 전국의 극장가를 강타하면서 공전의 히트를 쳤다. 단지 극적 재미였기보다는 전두환의 쿠데타를 저지하기 위해 장태완 수경사령관이 마지막에 광화문에 대기하던 예하부대에 경복궁을 향해 포사격을 지시했다면 생겼을 결과에 대한 호기심이나 아쉬움도 작용했을 것이다. 진압군이 이겼다면 서울역 회군이나 5.18도 없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 '윤상원 열사와 서울역 회군'라는 주제를 가지고 민형배, 염태영, 이해식, 진성준 국회의원과 (사)5대운동이 공동 주최하고 (사)윤상원기념사업회와 (사)이태복기념사업회가 후원하는 '5.18 제44주기 서울 토론회'가 열렸다.

필자는 서울의 봄 당시 서울대생으로 서울역 앞 회군 현장에도 있었고 계엄령이 전국으로 확대된 이후 5월 말까지 광주참상을 알리는 격문을 만들어 써클 동료들과 서울시내에 배포하다 계엄군에 체포돼 고문과 강제징집으로 이어진 적이 있어, 이번에는 다른 취재 건은 배제하고 이 행사만 취재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달려갔다.

최후 결사항쟁이 6월항쟁의 승리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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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상원 열사와 서울역 회군'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윤상원 평전'을 내기도 했던 김상집씨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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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원 열사는 5.18 항쟁 이전에도 이미 민청학련 사건과 함평고구마 사건, 들불야학 등을 통해 더 좋은 사회를 위해 활동하던 현지에서 잘 알려진 운동가였다. 5.18항쟁 당시 시민군 동지들과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키다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이 공격을 개시하고 총격전을 벌이다 결국 "이제 우리 저승에서 만납시다!"라는 말을 남기고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당시 끝까지 곁에서 함께 투쟁하고 후에 '윤상원 평전'을 내기도 했던 김상집씨는  '윤상원과 시민군의 결사항전'라는 발제를 통해, 계엄군의 무자비한 학살에 분노한 시민군들이 무장하여 시내를 접수하고 계엄군이 물러난 이후 윤상원은 다시 "무기를 반납하고 계엄군과 대화하자"는 수습위원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총기 회수를 저지하였다고 회고했다. 

이후 윤상원은 항쟁의 주역인 정상용 등과 궐기대회를 통해 시민군을 새롭게 재편하고 총기를 도청 안으로 옮겨 결사항쟁을 결행하기로 했다. 5월 26일 계엄군의 탱크가 시내로 진입한다는 소식에 일부 투항파가 도청을 떠났지만 윤상원 등 민주시민투쟁위원회 항쟁지도부는 끝까지 남아 광주를 사수하겠다는 가두방송과 함께 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던 윤상원이 10여 명의 외신기자들에게 브리핑도 하였다.

윤상원은 이어 남아있는 시민군들에게 무기를 나눠주고 "비통하게 숨진 열사들의 숭고한 뜻이 헛되지 않도록 총을 들고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사기를 북돋아주고 27일 새벽 4시 도청 안으로 진입한 계엄군과 2층 복도에서 총격전을 벌이다 하복부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김상집씨는 "1980년 5.18민중항쟁에서 '총기회수'냐 '재무장'이냐는 격렬한 논쟁이 있었지만, '죽음의 행진'과 '최후의 항전'에서처럼 모두가 결사항전의 자세로 한 몸으로 투쟁하였다. 마지막 외신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패배할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기억할 것입니다'라는 윤상원의 말처럼 장엄한 시민군의 결사항전이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승리를 우리에게 안겨줬다"고 강조했다.

공수부대 공포 속에 서울역 앞 조직적 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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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상원 열사와 서울역 회군'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오세제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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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제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왜 서울역 회군과 윤상원 열사를 함께 보아야 하는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80년 5월 광주에서 죽음을 무릅쓴 결사항전과 서울에서 공수부대에 대한 공포 속에 학생들의 조직적 회군이란 대비되는 실천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 현대사 연구자들이 5.18 광주항쟁 같은 대회전에만 집중되어 있고 이전의 서울의 봄 등에 관한 연구는 부족한 것 같다. 1980년 전후 일련의 대사건들, 즉 1979.10.16 부마항쟁부터 5.18 광주민중항쟁까지 7개월을 하나의 대치전으로 보고 이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우선 다수 시민이 '서울역 회군'이란 말은 당시 그 사건을 신군부와 싸우러나간 학생들이 겁을 먹고 싸워보지도 않고 철수한 것으로 느낀 반면에, 5월 27일 새벽 광주에서 압도적인 물리력을 가진 공수부대의 도청 진입 작전에 맞서 질 줄 알면서 싸우다 죽어간 시민군과는 아주 다른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군부는 5월 17일 전면적 반격을 개시해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야당 및 재야, 학생 지도자들을 연행하고 대학에 탱크를 앞세우고 진주해 학생들의 교두보를 빼앗아 버렸다. 그리고 광주에서 무자비한 진압이 5.18부터 시작됐다.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을 예상한 학생운동 지도부와 달리 몇 차례의 시위 시도가 좌절되고 신군부가 상황을 장악했다.

오세제 연구원은 또 심리전의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역 회군과 광주항쟁 때 신군부의 태도에는 큰 차이가 있다. 광주에서는 편의대를 통한 유언비어와 선동도 했지만, 처음부터 공수특전단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시위를 진압했다. 그 직전에 있었던 서울역 회군은 당시 민주화운동 세력의 선봉인 학생운동이 신군부의 심리전에 의해 투쟁의지를 상실한 채 스스로 철수해 전략적 패배를 당했다. 그런 점에서 서울역 회군 결정은 광주의 고립과 참극으로 이어졌다.

서울역 회군에 대한 입체적 분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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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상원 열사와 서울역 회군'라는 주제의 '5.18 제44주기 서울 토론회'에 참석한 발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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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민들에게 집단발포와 헬기사격과 같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정면공격을 했다.  반면 정치적으로 더 민감하고 외교 공관과 해외 기자들 때문에 직접 공격하기 어려운 서울에서는 5월 15일 간접접근을 했다. 심리전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철수하도록 했다. 5월 15일 서울역 회군은 신군부가 서울역 학생운동 지도부를 수차례 테스트하여 반응을 확인하고 심리전을 감행해 성공한 것이다.

현재 서울역 회군 관련 몇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지만, 글라이스틴이 12.12 직후 전두환을 만나주고 쿠데타를 인정하는 인상을 남기는 등 당시 신군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호적인 측면을 학생운동세력이 간과하고 있었다. 또 야당과 재야 및 복학생들의 선거 갈망과 정세 낙관론도 자리잡고 있었고 서울역 회군 당시 주요 역할자들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도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광주 학살과 서울역 회군의 상관관계를 인정하면서 인과관계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연 설득력 없다. 당시 회군 관련자들은 회군에 대해 감싸고 숨길 일이 아니라 역사 앞에 공개해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고 신군부와 학살 책임자들의 죄상을 더 분명히 폭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회군의 책임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상황을 정확히 모르니 말 못하고 있던 문제다. 연구자들이 응답해야 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은 문제다. 이제 더 늦기 전에 대답할 때가 되었다. 공격자이자 가해자인 신군부가 일차 책임자일거고 마이크로 버스에 탄 서울대 3인과 복학생 지도부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도 있다.

목숨을 걸고 군부의 압도적 무력에 저항한 5월 광주는 6월 항쟁의 씨앗이다. 80년 5월 15일 서울역 앞에서 10만 학생의 회군을 주도한 자들은 그 부끄러운 기억을 지우고 싶을 지 모르겠다. 이제부터 치열하게 그 기억 투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광주와 달리 서울역 회군을 주도한 학생운동가들은 부채의식이나 도망간 수치심도 없는 듯하다. 만약 5월 27일 새벽 도청의 사수조가 결성되어 죽기로 싸우지 않고 서울의 대학생들처럼 도청에서 해산했다면 우리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광주에서 죽은 시민군은 자기 앞에 주어진 역사의 뜨거운 잔을 마셨다.

그러나 서울역에서 학생운동가들은 그러지 않았다. 공수부대가 무서워 등을 보이고 학교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제라도 5.18 국립묘지에 가서 죽어간 영령들에게 사죄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서울역 회군 연구는 시작이다. 그러나 당시 학생회와 학생운동 지도부를 변명하려면 윤상원 열사를 상기해야 한다. 공수부대가 무서웠던 자와 죽음을 받아들인 자, 이 둘을 함께 기억하면 긴 설명이 필요없다. 서울역 회군을 연구하는데 윤상원 열사가 필요한 이유이다.

"윤상원은 5.18의 정신이자, 오늘의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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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상원 열사와 서울역 회군'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지병문 (사)윤상원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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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지병문 (사)윤상원기념사업회 이사장을 좌장으로 노영기 조선대 교수, 전용호 전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전문위원, 이영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연구팀장, 이재의 5.18 기념재단 연구위원이 치열한 토론을 펼쳤다.

이들은 단순한 무장봉기를 넘어선 전면적 민중항쟁 성격 규정, 공적 문서와 사건 구술 등 자료 보완 방법 강구, 윤상원의 외신 기자회견의 세계사적 파장, 서울역 회군의 입체적 분석 필요 등의 의견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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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상원 열사와 서울역 회군'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민형배 국회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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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상원 열사와 서울역 회군'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진성준 국회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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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이 끝난 후 민형배 국회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윤상원 열사의 희생정신이 불의에 맞선 김대중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과 쏙 닮았다. 윤상원은 5.18의 정신이자, 오늘의 시대정신으로 민주주의를 짓밟은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에 맞설 정신적 토대이다"고 말했다.

진성준 국회의원은 "지금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거꾸로 가고 있다. 민주열사들이 열망했던 민주사회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염태영 국회의원은 "힘겹게 일구어 온 민주주의가 '검찰 독재'로 다시 후퇴하고 정의와 상식이 무너진 요즘, 윤상원 열사의 정신과 가치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했고, 이해식 국회의원은 "아직도 5.18을 폄훼하는 세력이 준동하고 있다. 윤상원 열사의 고귀한 희생 정신을 살려 5.18의 완전한 진상 규명과 헌법전문 수록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