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저출생·고령화, 인구감소·지방소멸이 대한민국에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면서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다만 전반적인 흐름은 더 많은 돈(예산)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향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 어느 대선후보의 결혼과 출산 시 1억 지급하겠다는 공약이 헛웃음을 샀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의 분위기는 거의 180도 바뀐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세상에서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나 살 수 없는 것들 그리고 사서는 안 될 것들이 있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센델 교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책에서 우정과 사랑, 가족 등을 돈으로 거래되어서는 안 되지만 돈으로 거래되고 있는 사례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미 현실에는 무수한 사례들이 존재하지만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정과 사랑, 가족은 돈으로 살 수 없고 사서도 안 되는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최근에 들어 더더욱 한국의 인구정책은 점차 사랑, 결혼, 아기, 돌봄을 돈으로 사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경향에 맞서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할 국가가 이를 더욱 조장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는 돈이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단, 경제적으로 계산을 해봐도 국가가 주는 돈과 실제로 들어가는 비용 간에는 갭(gap)이 발생합니다. 아무래도 후자의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듭니다. 둘째, 선불은 없고 대부분 후불제입니다. 쉽게 말해 결혼하면 돈을 빌려주고 아기를 낳으면 지원금을 제공합니다. 지금 당장 돈이 없어 힘든 청년의 삶을 조건 없이 지원하는 데는 매우 인색합니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진 오늘날 청년들은 누구보다 경제적 이해타산이 밝습니다.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이기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개인주의적 경향도 강합니다. 이런 조건에서 국가정책은 돈으로 청년들을 유혹하려고 합니다. 지원 금액은 적고 후불제라는 방식도 세련되지 않습니다. 이런 노잼 게임에 청년들은 끼지 않거나 참여하더라도 더 좋은 조건을 내걸지 않으면 반응하지 않을 겁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돈으로 사려는 순간 판돈은 계속 올라가게 될 텐데 아직까지 성과는 신통치 않은 것 같습니다.

1인가구 증가에서 나타나듯 청년들의 비혼화는 점차 강화되고 출생율은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연장선상에서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인구유입 지원금 정책은 이미 지자체 간 바닥으로의 경쟁(race to bottom)을 야기하면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전국을 유랑하는 보조금 사냥꾼만을 양산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사회의 청년들은 현재 본인의 삶의 고달프기 때문에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다.
 우리사회의 청년들은 현재 본인의 삶의 고달프기 때문에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다.
ⓒ Pixabay CDD20

관련사진보기

 
청년행복으로 청년정책을 재설계해야

이 문제의 본질이 단순히 돈이 아니라 청년세대의 심성구조(망딸리떼)에 있습니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청년들의 불행에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행복에 관한 거의 모든 연구는 결혼의 핵심인구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2030세대가 현재 매우 불행하다고 가리키고 있습니다. 즉, 우리사회의 청년들은 현재 본인의 삶의 고달프기 때문에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라떼는"을 아무리 이야기한다고 해도 그들의 마음을 녹이거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청년기본법이 마련되고 다양한 청년정책이 실시되면서 분명 이전보다 청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정책의 뚜껑을 열어보면 청년의 행복보다는 대부분 한국사회에서 청년들이 튕겨 나가지 않도록 좀 더 거칠게 말하면 한국사회가 청년들을 노동력으로 잘 써먹을 수 있는데 방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대부분의 청년정책은 일자리와 창업에 집중되어 있고 극히 일부가 마음돌봄, 거버넌스에 할당되어 있습니다. 즉, 오늘날 청년행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이를 확대하는 데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이재경, "청년들의 행복에 앞서 그들의 답답함을 살펴봐야", 국민총행복전환포럼 블로그 2024.1.30.). 

지금의 청년정책은 정책의 출발 자체가 청년 행복이 아니라 노동력 확보, 시스템 편입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청년들과 미스매치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불필요한 기준선으로 인해 청년들을 나누고 오히려 좌절하게 만듭니다. 청년행복에서 정책을 재설계한다면 일단 하루 세끼 밥걱정은 덜어줘야 합니다. 요즘 청년들에게 먹는 것은 소확행입니다. 그들의 작은 행복을 지켜줘야 합니다. 왜 천원의 아침밥을 일부 대학생에게만 제공할까요?

둘째, 이동의 자유를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최소한 한국에서는 마음껏 전국을 누비도록 대중교통을 지원해야 합니다. 셋째, 지(하)옥(탑)고(시원)에서 사랑은 어렵습니다. 크지는 않더라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은 필요합니다. 작고한 신경림 시인의 시처럼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청년 갭이어 정책을 제안합니다. 쉽게 말해 청년기에 1년 정도는 마음껏 살 수 있도록 보장해주자는 겁니다. 시간여유가 있어야 주변이 보이고 감정이 싹 트지 않을런지요?

나가며

지난 글에서 저는 청년들이 지금의 한국사회를 일종의 "감옥"처럼 인식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지(하)옥(탑)고(시원) 이상으로 감옥은 사랑하기에 부적절한 공간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연애도 결혼도 없습니다. 당연히 아기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청년의 자기결정권이 확대되고 그들이 행복해야 사랑도 연애도 결혼도 아기도 가능합니다. 답은 돈이 아닙니다 행복입니다.
 
글 · 이재경 | 국민총행복정책연구소장
 글 · 이재경 | 국민총행복정책연구소장
ⓒ 이재경

관련사진보기


태그:#국민총행복전환포럼, #행복칼럼, #행복연구
댓글

대한민국을 행복한 나라로 만들고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포럼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
유료 vpn | 업 다시보기 | 인하대역 | 나의 아저씨 2화 토렌트 | xsteur 幣 怎麼買 | zara vietnam | 바이낸스 카드결제 안됨 | xgp 幣 錢包 | 아스퍼거 증후군뇌구조 | metic prunella tea | binance liquid swap что это | zzz 코인 그래프 | 슈어소프트테크 후기 | binance premium signals review | 국민은행 점검시간 | binance vs tradingview | heyzo torrent | mommydoge 코인 구매 | 순자산 | 런치뜻 | 確定申告 仮想通貨 損失 | stock to flow | xmc 幣 介紹 | ryiu 코인 달러 | 아이폰 14 기본 | 박재범 yesterday 가사 | kt 5g | 침착맨 여혐 | star 559 | croge 코인 급등 이유 |